우주항공 정책을 총괄할 우주항공청의 연내 출범이 불투명해졌다. 더불어민주당이 말로는 우주항공청 설치에 찬성한다면서도 국회에서 관련 법안의 입법 진행을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윤석열 대통령이 5일 ‘제1회 세계 한인 과학기술인 대회’에서 4월 국회에 제출된 우주항공청 설치·운영 특별법안에 대해 “아직 야당의 협조가 이뤄지지 않아 많이 안타깝다”고 비판하기에 이르렀다.
민주당은 우주항공청 출범을 놓고 ‘입법 거래’를 시도하는 것으로 보인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야당 측은 “법안이 과방위에 상정된 것이 5월 말인데 장제원 위원장이 7월 내 통과를 전제로 과방위 일정 정상화를 말하는 것은 졸속 입법”이라며 절차를 문제 삼았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KBS 수신료 분리 징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등 현안을 다루기 위한 전체회의를 열어 우주항공청법도 논의하자고 요구했다. 거대 야당이 방송 관련 법과 ‘딜’을 하기 위해 입법을 흥정 대상으로 삼으려 한다는 뒷말이 나오는 이유다.
민주당은 ‘재정 준칙’ 도입에 대해서도 흥정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야당 측은 “재정 준칙에 대해 큰 틀에서 동의를 이뤄가는 과정”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정 준칙 도입을 위한 국가재정법 개정안은 ‘사회적기본경제법’ 통과를 선결 조건으로 내건 민주당의 ‘태업’으로 33개월째 공회전하고 있다. 신성장 동력인 항공우주 산업의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정책 컨트롤타워 설립을 서둘러야 한다. 최근 5년여 동안 국가 부채가 급증했기 때문에 선심 정책 경쟁을 막기 위해 나라 살림 적자를 일정 비율 이내로 관리하는 재정 준칙을 신속히 도입해야 한다.
민주당은 압도적 과반 의석인 167석을 내세워 반(反)시장적인 ‘양곡관리법’, 공영방송의 중립성을 흔드는 ‘방송법’, 노조 파업에 면죄부를 주는 ‘노란봉투법’을 밀어붙이는 입법 폭주를 해왔다. 이제는 항공우주청 출범과 재정 준칙 도입을 ‘입법 딜’로 지연시키려 하고 있다. 거대 야당이 국민과 국가를 위해 써야 할 입법권을 국정 발목 잡기 수단으로 활용한다면 선거 때 역풍을 맞는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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