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발생한 인천 검단신도시 아파트 건설 현장의 지하주차장 붕괴가 설계부터 시공·감리까지 총체적 부실에 따른 사고로 드러났다. 국토교통부 건설사고조사위원회에 따르면 보 없이 기둥이 천장을 떠받치는 무량판 구조에서는 모든 기둥(32곳)에 전단보강철근이 필요한데 17곳에만 적용되도록 설계됐다. 감리자는 설계 도면을 확인·승인하는 과정에서 이런 사실조차 확인하지 못했다. 시공 과정에서는 설계도상의 전단보강철근마저 제대로 설치되지 않았다. 콘크리트 강도는 설계 기준보다 30%가량 낮았고 주차장 상층부의 조경공사용 토사는 설계도보다 2배 높게 쌓였다.
엉터리 설계에 허수아비 감리, 제멋대로 시공으로 저개발국에서나 있을 법한 사고가 발생했다. 더욱이 지난해 1월 광주광역시 화정 아이파크아파트 외벽 붕괴의 처참한 현장을 목격하고도 1년여 만에 유사한 사고가 반복됐다는 점에서 심각성을 더한다. 코로나19 이후 인건비 부담이 가중되고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건설 원자재 가격도 급등하자 경비 절감을 위해 안전까지 포기하는 ‘도덕적 해이’를 보인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주요 건설 회사의 철근 구매 비용은 2020년 이후 3년 동안 53%까지 치솟았다.
당국은 우선 원자재 가격 급등 이후 지어진 건물들을 대상으로 전수 조사를 벌여 안전성 여부를 꼼꼼히 점검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부실 설계나 엉터리 감리·시공 사실이 드러나면 엄중히 처벌해야 할 것이다. 검단 아파트는 시공책임형 건설사업관리(CM) 방식으로 진행된 만큼 시공사인 GS건설의 관리 감독이 제대로 됐는지 따져봐야 한다. 시행사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는 시행·계약·감독의 주체기관으로서 전반적인 관리 감독 소홀의 책임론이 제기되고 있다. 설계·감리 업체가 LH 퇴직자를 기용해 부실하게 점검한 것은 아닌지 살펴봐야 한다. 국토부는 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무자격 하도급을 근절해야 한다. 또 ‘건폭’ 세력의 금품 요구로 늘어난 건설 비용 때문에 부실 시공이 초래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는 만큼 건설 현장 법치 확립에 주력해야 한다. 당국은 건물 철거에 앞서 현장을 다시 한 번 점검하고 설계·감리·시공 등 부문별로 원인을 철저히 규명해 재발 방지를 위한 근본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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