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분할·합병 이전 법인에 내린 시정명령은 신설 법인에 승계할 수 없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HD현대중공업이 공정위를 상대로 낸 시정명령 등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지난달 15일 확정했다고 9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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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할 전 옛 현대중공업은 2015년 1∼2월 납품업체 A사로부터 실린더헤드 108개를 납품받고 대금 2억5563만원을 지급하지 않았다. 당시 현대중공업은 이전에 A사로부터 납품받은 실린더헤드에 균열이 발생해 대체품을 지급받은 것일 뿐이므로 대금을 줄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공정위는 현대중공업이 하도급법을 위반했다고 보고 사업을 승계받은 HD현대중공업에 지연이자를 포함한 대금 지급과 재발 방지를 명령했다. HD현대중공업은 2019년 6월 물적분할을 통해 신설되면서 현대중공업의 사업 부문을 이어받았다.
HD현대중공업은 이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다. 개정 전 공정거래법은 과징금 납부 명령은 승계가 가능하지만 시정명령에 대해서는 별다른 규정을 두지 않았다. 분할 전 회사의 불법 행위에 대한 시정명령 이행을 신설회사에 강제할 수 없다는 취지다. 서울고법은 HD현대중공업 측 주장을 받아들여 공정위 명령을 취소했다. 재판부는 "분할 이전의 법 위반 행위를 이유로 신설 회사에 대해 하도급법상 시정조치를 부과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개정안에 승계 조항을 신설한 것을 볼 때 구 공정거래법상 신설회사에 대한 시정명령이 불가능하다고 해석하는 게 타당하다는 판단이다.
대법원은 역시 원심 판단에 관련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보고 원심을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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