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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아들의 깊은 우울 그 이면엔 代 이어 반복되는 父子 갈등

◆영화 '더 썬'

부모의 이혼에 방황하는 아들 보며

자신이 아버지에게 받은 상처 투영

서로 소통할수 없는 아픔 고스란히

플로리안 젤러 감독 '더 파더' 후속작

영화 '더 썬' 스틸컷. 사진 제공=그린나래미디어




잘 나가는 변호사로 탄탄대로의 삶을 살아가던 ‘피터(휴 잭맨)’는 전 부인 ‘케이트(로라 던)’에게 충격적인 소식을 전해 듣는다. 10대 청소년인 아들 ‘니콜라스(젠 맥그라스)’가 거짓말을 하면서 몇 주 째 학교에 나가지 않았다는 것. 이에 피터는 니콜라스와 함께 살기로 결정한다. 피터의 집에는 이미 재혼한 아내와 그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갓난아기가 있다. 비록 예전처럼 정다운 가족은 아니지만, 피터는 니콜라스에게 최선을 다해 좋은 아버지가 되려 한다. 하지만 니콜라스의 심연 같은 우울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플로리안 젤러 감독의 신작 ‘더 썬’은 ‘더 파더’에 이은 가족 시리즈 3부작 중 두 번째 영화다. 두 영화 모두 극작가로 활동하던 젤러 감독이 만든 동명의 희극을 원작으로 했다. 2021년 개봉한 ‘더 파더’는 치매에 걸린 아버지의 내면을 현실적으로 그려낸 영화로, 아버지를 연기한 배우 앤소니 홉킨스가 그 해 아카데미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는 등 평단의 극찬을 받았다.

전작이 뒤죽박죽이 된 기억 속에서 미로에 놓인 아버지의 심리를 묘사한 것처럼, 이번 영화에서는 방황을 겪는 청소년 아들의 모습이 그려진다. 니콜라스는 또래보다 섬세한 감수성을 지닌 소년으로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다. 가정적인 성격의 피터는 니콜라스가 요구하는 것을 들어주려 애쓴다. 그렇지만 니콜라스는 부모의 이혼으로 생긴 상처를 치유하지 못한 채 자해를 일삼는다. 피터의 이상과는 달리 그의 새로운 아내 ‘베스(바네사 커비)’도 온전히 니콜라스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상황은 심각해지기만 한다.



영화 '더 썬' 스틸컷. 사진 제공=그린나래미디어


영화 속에서 니콜라스의 우울은 해결하기 쉽지 않은 숙제다. 피터의 시점으로 서술되는 영화에서 휴 잭맨은 아들과 소통할 수 없는 아버지의 모습을 사실적인 연기로 표현한다. 니콜라스의 아픔에는 어릴 적 피터의 상처도 투영된다. ‘더 썬’에서도 모습을 비춘 안소니 홉킨스는 전작과는 달리 고압적이고 냉정한 피터의 아버지를 연기한다. 아버지와 아들 사이 갈등은 대를 이어 반복된다. 피터의 아버지가 퍼붓는 독설은 분노한 피터가 고스란히 니콜라스에게 써먹는 말이 된다. 한 아들은 상처를 외면하며 자랐고, 다른 아들은 상처에 잠식되어 자신을 파괴한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니콜라스가 겪는 혼란의 끝은 극단적인 시도로 이어진다. 니콜라스를 치료하기 위한 기회가 주어지지만 피터의 선택은 어렵기만 하다. 영화는 햇빛처럼 빛나던 니콜라스의 어린 시절을 반복해서 비춘다. 피터에게 처음으로 수영을 배운 니콜라스의 찬란한 기쁨이 비극적인 상황과 대조되며 가족의 아픔을 부각한다.

다만 치매 노인의 시점에서 이야기를 담아내 신선함으로 호평 받았던 전작과 다르게 이번 영화의 구성은 다소 단조롭고 평이하다. 우울한 상황이 반복되면서 니콜라스의 심리를 뒤쫓아가는 여정이 버겁게 느껴지기도 한다. 거장 한스 짐머의 음악은 니콜라스와 피터가 이루는 내밀하고도 평행하는 관계에 깊이를 더한다. 122분. 오는 19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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