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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하 침수 비극' 현장 근처에도 못 간 소방차…올해도 걱정, 왜?

흡입구 높은 ‘험지 펌프차’ 일부 보급 중이나 ‘역부족’

소방차. 연합뉴스




지난해 8월 기록적인 폭우가 중부권을 강타하면서 침수 피해가 발생, 3명이 숨진 ‘서울 신림동 반지하 참사’.

당시 소방차는 3시간 동안 구조 현장에 접근조차 할 수 없었다. 신고를 받고 즉시 현장으로 출동했지만 침수에 취약한 소방차의 구조적 약점 때문이었다.

11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서울종합방재센터로부터 제출받은 구조 방재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8월 9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 반지하 주택이 침수된다는 신고가 처음 접수된 오후 8시 49분부터 오후 11 시38분까지 약 3시간 동안 6개 소방서에서 소방차량이 출동했으나 단 한대도 현장에 근접하지 못했다.

오후 9시2분 출동한 양천소방서 구조대는 30여분 만에 사고 현장에서 약 700m 떨어진 신대방역 인근에서 차량이 침수돼 시동이 꺼져버렸다.

함께 출동한 구로소방서 고일119안전센터 구급대는 오후 9시 38분 침수 위험 때문에 차량에서 내려 200m를 걸어 8분 뒤에야 현장에 도착했다. 하지만 구조 장비를 보유하지 않아 다른 구조대를 기다려야 했다.

이어 오후 11시 16분께 출동한 서대문소방서·금천소방서·용산소방서 구조대와 관악소방서 지휘차도 침수 우려로 사고 현장까지 닿지 못해 오후 11시21분∼38분께 인근에 정차하고 걸어서 이동해야 했다.

그 결과 오후 11시 45분이 돼서야 철창을 부수며 구조작업이 시작됐으나 이곳에 살던 발달장애인 일가족 3명은 자정이 넘어 숨진 채 발견됐다.

소방차량이 침수에 취약한 것은 차의 구조가 화재현장 대응 위주로 제작돼 엔진 내부에 공기를 공급하는 흡기구가 낮기 때문이다.

현재 전국 소방차량 7575대 중 7554대는 흡기구가 지상 90㎝ 또는 그보다 낮아 성인 남성의 허벅지 높이인 수심 70㎝부터는 주행하기 어렵다. 일반 승합차를 개조한 구급차는 흡기구가 지상 90㎝ 이하인 경우도 있다.



문 의원이 소방청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2020년 1월부터 올해 6월까지 차량 흡기구에 물이 들어가 엔진이 꺼지는 등 침수 피해를 본 소방차량은 모두 35대다.

이 가운데 폭우 피해가 컸던 작년에만 30대가 침수 피해를 봤다. 지역별로는 경북 20대, 서울 7대, 인천 2대, 경기 1대였다.

올해 역시 여름철 집중 호우가 예상되는 만큼 화재뿐 아니라 수해 현장에서도 전천후로 소방서 차량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다면 작년 같은 비극이 재현될 가능성이 여전한 셈이다.

손원배 초당대 소방행정학과 교수는 “열악한 기상 여건에서도 재난 현장에 빠르게 출동해야 한다는 소방차량의 목적에 맞게 구조를 바꿀 필요가 있다”며 “특히 집중호우 기간에는 저지대와 지하 차도를 통과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수심 70㎝ 이상을 달릴 수 있도록 설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방청은 엔진 흡기구를 지금보다 올리도록 일반 소방차 규격을 개정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비용 문제로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

대신 올해부터 ‘산불 전문 진화차’ 21대의 명칭을 ‘험지펌프차’로 바꿔 침수 대응에 적극 활용하기로 했다. 험지펌프차는 엔진 흡기구가 지상 140㎝ 높이라서 수심 120㎝에도 주행할 수 있다.

지난해 9월 태풍 힌남노로 인한 집중호우로 침수 피해가 컸던 경북 포항시에 험지펌프차 10대가 출동해 복구 작업을 도왔다. 2019년에는 태풍 미탁으로 침수된 강원 강릉시의 도로에도 험지펌프차가 투입돼 환자 2명을 구조했다.

그러나 이조차도 산불 위험이 큰 지역 위주로 배정돼 서울, 광주, 부산, 울산, 인천, 경남, 전남, 전북, 제주 등 9개 시·도는 아직 보유하지 못했다.

소방청은 내년까지 험지펌프차 33대를 더 늘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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