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사회당은 자유민주당과 함께 전후(戰後) 일본 정치를 양분해 온 ‘55년 체제’의 주역이었다. 55년 체제는 1955년 자유당과 민주당이 합당하면서 거대 정당이 된 자민당이 이후 줄곧 여당이 되고, 사회당이 이를 견제하는 정당 구도가 형성된 것을 가리킨다. 사회당은 자민당 의석 수의 2분의 1 수준을 꾸준히 확보하며 제1야당 지위를 유지했다. 이 구도는 1993년 8월 중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이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하면서 균열이 생겼다.
1945년 창당한 사회당은 사회민주주의 등을 이념으로 내건 일본 진보계의 대표 정당이다. 한때 중의원 의석 수가 149석에 달할 정도로 국민들의 지지도 높았다. 1994년 자민당과 구성한 연립내각에서는 무라야마 도미이치 총리까지 배출했다. 무라야마 총리는 당시 사회당 당수였다. 하지만 1996년 1월 무라야마 내각 총사퇴 이후 사회당은 내리막길을 걸었다. 그해 당명을 사회민주당으로 바꿨지만 소용이 없었다. 현재 사민당의 의석은 중의원 1석과 참의원 2석 등 3석에 불과하다. 일본 중·참의원 의석수가 총 713석인 점을 감안하면 ‘미니 정당’인 셈이다.
일본 사민당의 쇠락은 시대 변화를 거스르고 낡은 이념에 매몰된 탓이 크다. 1980~1990년대 이후 사회주의국가들이 하나둘씩 몰락해가는데도 경직된 사회주의 정책을 고집하는 교조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특히 노골적인 친북 노선에 일본 국민들이 등을 돌렸다. 일본인 실종자들이 납북됐다는 증언이 쏟아졌지만 사민당은 “조작된 정보”라며 이를 부정했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의원들로 구성된 ‘후쿠시마 핵오염수 해양투기 저지 국회의원단’이 11일 일본 도쿄에서 후쿠시마 미즈호 일본 사민당 대표를 만나 오염수 방류 공동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한국의 거대 야당이 몰락한 일본의 군소 정당까지 ‘오염수 정쟁’에 끌어들이는 것 같아 안타깝다. 시대착오적인 이념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민심과 괴리된 정당은 내년 총선에서 표를 얻기 힘들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할 때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