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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13위로 밀린 韓 GDP, 기술 초격차 확보하고 신성장동력 점화하라


지난해 우리나라의 명목 국내총생산(GDP) 순위가 전년 대비 세 계단이나 미끄러진 13위에 그쳤다. 1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경제 규모(시장 환율 적용)는 1조 6733억 달러로 잠정 집계됐다. 이에 따라 한국은 러시아와 브라질·호주에 줄줄이 추월당해 2020년부터 지켜온 10위에서 13위로 밀려났다. 2005년 처음으로 10위를 기록한 지 17년이 지나도록 한 발도 더 나아가지 못한 채 외려 뒷걸음질을 친 셈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우리 뒤를 바짝 추격하는 스페인과 멕시코 등에 역전당하지 말라는 법도 없다.

달러화 기준으로 산출하는 명목 GDP가 줄어든 데는 달러화 대비 원화 가치가 한 해 평균 12.9%나 하락한 영향이 작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환율보다 근본적인 요인은 우리 경제의 전반적인 활력이 떨어진 데 있다. 반도체를 비롯한 주력 제품의 수출이 곤두박질치는 가운데 새롭게 경제를 이끌어갈 미래 신성장 동력을 키우지 못했으니 경제 규모가 줄어드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올해 5월 말 기준 글로벌 100대 유니콘(기업 가치 10억 달러 이상의 비상장사) 중 한국 기업이 단 한 곳뿐이라는 사실은 우리 경제가 혁신을 성장 동력으로 키워내는 역동성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심지어 거미줄 같은 규제로 100대 유니콘 중 17곳은 한국에서 정상적인 사업을 펼칠 수도 없는 실정이다.

올해도 상황이 녹록지 않다. 경제성장률은 정부 전망치가 1.4%, 해외 투자은행(IB) 평균 전망이 1.1%에 그칠 정도로 상승 탄력이 약해져 있다. 허약한 경제 체질과 경쟁력 약화로 원화 약세 흐름이 쉽사리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대로 기업들이 성장 활력을 회복하지 못한다면 10위권 재진입은 고사하고 다시 중진국으로 미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시 경제 규모 10위권에 진입하고 ‘5대 경제 강국’의 꿈을 향해 나아가려면 주력 수출 품목의 경쟁력을 더 키우고 신성장 동력을 재점화하는 것이 선결 과제다. 반도체와 배터리 등 전략산업의 기술 초격차를 확보하고 적극적인 규제 혁파와 세제·금융 지원 등으로 신성장 동력을 집중적으로 키워야 한다. 노동 개혁으로 정체된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데도 속도를 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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