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12일 오전 동해상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추정되는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미군 정찰기의 통상적 공해 상공 정찰비행을 트집 잡아 비난해온 북한이 미국을 타격할 수 있는 ICBM 역량을 과시하기 위해 무력 시위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10일 국방성 담화에서 “미 공군 전략정찰기가 동해상에 격추되는 충격적인 사건이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담보는 그 어디에도 없다”고 위협했다. 이어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10~11일 두 차례 담화에서 “미군이 매우 위태로운 비행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며 도발을 시사했다.
이번 ICBM 발사 도발은 북측이 ‘남조선’ 대신 ‘대한민국’이라는 호칭을 이례적으로 사용한 뒤 결행됐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김여정은 10일과 11일 담화에서 “‘대한민국’ 족속” “‘대한민국’의 군부” 등의 표현을 썼다. 이제 남한을 ‘통일의 대상’이 아닌 ‘별개 국가’로 취급하고 남북 분단이라는 특수 관계를 ‘적대적 공존’으로 전환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북핵 억지를 위한 한미 동맹 및 한미일 안보 공조가 강화된 데 맞서 대남 도발 수위를 끌어올리겠다는 협박이다. 군사·경제적으로 궁지에 몰린 북한이 7·27 정전협정일을 앞두고 의도적으로 긴장을 조성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리투아니아를 방문 중인 윤 대통령은 이날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어 “한미 핵협의그룹 회의를 통해 확장 억제 실행력을 더욱 강화하라”고 지시했다. 한미 공조는 물론 독자 수단까지 총동원해 북한 도발에 제재 확대 등으로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 도발을 일으킨 뒤 협상을 통해 핵·미사일 고도화 시간을 벌고 보상을 기대하는 북한의 기만 전술에 더 이상 휘둘려서는 안 된다. 윤 대통령은 이날 나토 정상회의 연설에서 북핵 억지를 위한 국제 공조를 호소했고 31개 나토 동맹국은 공동성명에서 북한에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촉구했다. 이제 우리의 대응 능력을 키우고 국제 공조를 강화해 ‘도발-협상-보상’의 악순환을 끊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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