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계 고등학교들이 인공지능(AI)·반도체·소프트웨어(SW) 등 첨단 분야 학과로 빠르게 개편되고 있다. 기존 학과를 첨단학과로 바꾼 곳이 1년 새 5배나 늘었다. 윤석열 정부의 첨단산업 인재 육성 기조와 경쟁력 강화를 원하는 직업계고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교육부는 ‘2023년 직업계고 재구조화 지원 사업’ 대상으로 70개교, 96개 학과를 선정했다고 13일 밝혔다. 이 가운데 반도체, SW, 지능형 공장(스마트팩토리), AI 등 신산업?신기술 관련 학과로 변경되는 학과 수는 53개로 2022년의 11개와 비교해 약 5배 늘었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에서는 경기기계공업고가 산업안전제철과를 반도체재료과로, 부산에서는 대진전자통신고가 컴퓨터소프트웨어과를 AI소프트웨어과로 변경한다. 지역 전략 사업 위주로 개편되는 곳은 8개, 학교가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고 자체적으로 판단해 개편을 추진하는 학과는 35개로 집계됐다.
교육부는 기존 전공 분야와 융합해 신산업?신기술 분야의 지식을 습득할 수 있도록 마이크로 교육과정도 신설하고 목포공업고 등 10개교를 시범 운영 학교로 선정했다. 마이크로 교육과정은 다양한 교과목으로 구성된 작은 학점 단위의 교육과정을 의미한다.
예컨대 이번에 선정된 목포공업고의 경우 전기과와 화공과 학생들이 공동으로 참여할 수 있는 ‘이차전지 융합 운영 실무 과정’을 설치했다. 각 전공 학생은 전기·화학공학과 연계한 융합 교육을 받아 2차전지 전문인력으로 성장할 수 있게 된다.
교육부와 각 시도 교육청은 이번에 선정된 학교가 안정적으로 학과 개편을 할 수 있도록 학과 개편 학급당 약 2억 5000만 원의 보통교부금을, 마이크로 교육과정은 1개당 약 3억 원의 특별교부금을 지원한다. 산업계와 연계한 컨설팅도 지원하고 교원의 현장 연수, 기업 현장 탐방 기회도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이번에 선정된 직업계고는 이르면 내년부터, 늦어도 2025년에는 신입생을 받을 예정이다.
직업계고 재구조화 지원 사업은 산업구조 변화에 따라 경쟁력이 부족해진 직업계고 학과의 개편을 돕는 사업이다. 교육부는 2016년부터 총 900여 개 학과의 개편을 지원해왔다. 교육부는 반도체?디지털 등 신산업?신기술 분야의 실무 기술 인재를 양성하고 학생들에게 양질의 경력 경로를 제공하기 위해 직업계고의 교육과정 고도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에 교육부는 올해 신산업?신기술 분야 및 지역 전략 산업 분야 중심으로 직업계고 재구조화 지원 사업을 재설계했다. 첨단산업 분야로 변경된 학과가 학교 경쟁력 강화에 큰 도움이 되는 만큼 첨단산업 관련 학과 수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지난해 스마트미디어과를 소프트웨어개발과로 변경한 문학정보고의 경우 학과 개편 후 신입생 입학 성적이 향상되면서 학습 분위기가 개선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2022학년도 대비 2023학년도 신입생 최상위권 성적도 올랐다.
최창익 교육부 평생직업교육정책관은 “첨단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초·중급 기술 인재를 양성하는 직업계고의 역할이 매우 크다”며 “직업계고가 새로운 시대의 요구에 부응해 과감한 개혁에 나설 수 있도록 교육부도 힘껏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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