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의 감사 개시, 수사기관 고발 등에 대해 감사위원회의 의결을 거치도록 하는 내용의 감사원법 개정안 처리에 시동을 걸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13일 민주당 주도로 법안심사제1소위원회를 열고 박범계 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감사원법 개정안 논의에 착수했다. 감사위원 7명 중 5명은 문재인 정부 때 임명된 인사들이다. 민주당은 감사원의 손발을 묶기 위해 이 법안을 밀어붙이고 있다. 개정안에는 감사 계획 변경과 중간 감사 결과 발표도 감사위의 의결을 거치고 민간인은 주된 감사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조항도 담겼다. 이렇게 되면 민간인 신분이 된 전(前) 정부 인사들을 조사하기가 어려워진다. 문 정부의 잘못이나 비리 의혹에 대한 감사를 방해함으로써 당시 핵심 인사들을 구하려는 ‘감사완박(감사원 권한 완전 박탈)’ 법안이라고 비판받는 이유다.
민주당은 전 정부의 의혹을 감사했다는 이유로 연일 감사원을 때리고 있다. 민주당이 지난해 11월 감사원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채택한 것도 감사원이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감사를 진행하던 시점이었다. 이후 민주당은 탈원전이나 백신 수급 지연, 통계 조작 등에 대한 감사원 감사 때마다 ‘정치 감사’라며 적반하장식 태도를 보여왔다. 이번 개정안 처리 움직임도 감사원이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 복무 실태 등에 대한 감사 결과를 발표하자 본격화했다. 나아가 민주당은 감사원에 대한 국정조사를 추진하는 한편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을 공수처에 또 고발했다.
헌법 97조에 따르면 감사원은 국가와 행정기관·공무원 등을 상대로 회계 검사와 직무 감찰을 한다. 감사원은 대통령 소속이지만 직무상 독립된 헌법기관이다. 민주당은 감사원의 감사 기능을 의회 권력을 가진 다수당이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발상 자체를 멈춰야 한다. 민주당은 지난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을 편법 처리한 뒤 역풍을 맞아 6·1 지방선거에서 참패했다. 이번에도 압도적 의석을 무기와 방패로 내세워 문 정부의 실정과 비리 의혹 감사를 저지하기 위해 헌법 정신을 흔든다면 내년 총선에서 부메랑을 맞을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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