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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년만에 문닫는 서울백병원, 의사 뺀 전 직원에 '부산行' 통보 논란

인제학원, 일반노조에 9월 1일자 발령안 제시

전원 부산해운대백병원 발령 지원안 놓고 협상 시도

서울 중구 서울백병원 전경. 사진 제공=서울백병원




경영난을 이유로 82년 된 서울백병원의 폐원안을 결정한 인제학원이 의사를 제외한 나머지 직원들을 전원 부산 지역으로 발령하는 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재단 측은 형제병원 4곳의 경영상황 등을 고려할 때 부산 지역 발령이 불가피하다며 이사, 거주 등에 드는 비용의 일부를 지원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내부 직원들의 반발은 거세다.

14일 의료계에 따르면 인제학원은 지난 11일 의사직을 제외한 간호사, 행정직원 등으로 구성된 일반노조에 '서울백병원 폐원에 따른 직원 전보 및 지원(안)'을 제시했다. 의사 직군을 제외한 서울백병원 직원 330명을 9월 1일자로 부산백병원 또는 해운백병원으로 발령한다는 골자다.

부산지역 임금테이블을 적용해 서울백병원 대비 임금을 4.5% 가량 인상하고, 2년간 월세 30만 원과 3개월치 교통비 150만 원, 4인 가족 평균 이사비를 기준으로 산정한 이주비용 140만 원을 제공하겠다는 계획도 담겼다.

인제학원 측은 형제병원 4곳의 경영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내려진 결정으로, 부산 지역 전보조치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인제학원 관계자는 "서울백병원에서 가까운 일산·상계백병원의 경우 서울백병원 직원들을 받아들일 여건이 되지 않는다"며 "갑작스럽게 이주해야 하는 직원들을 위해 노조와 지원안에 대한 협의를 지속할 계획이다. 의사 직군에 대해서도 곧 논의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인제학원 이사회는 지난달 20일 20년간 누적적자가 1745억 원에 달해 더이상 버티기 힘들다며 서울백병원의 폐원을 결정했다. 서울백병원은 내부 논의를 거쳐 8월 31일까지 외래, 응급실, 입원 등 모든 환자 진료를 종료하겠다고 공식화한 상태다.

지난달 서울 중구 서울백병원 앞에서 민주노총 보건의료노조가 연 '서울백병원 폐원 저지 공동대책위원회 발족 및 일방적 폐원 안건 상정 철회 촉구 기자회견'에서 조합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2달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부산 발령을 통보받은 직원들은 "사실상 정리해고나 다름없다"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노조를 중심으로 법적 대응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간호사 등 직원들은 병원 곳곳에 재단을 규탄하는 내용의 성명서 등을 붙이며 항의 의사를 표출하고 있다. 서울백병원 간호사들은 13일 성명서를 통해 “제대로 된 신변도 보장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환자 전원과 뒷수습만을 요구하는 재단과 병원장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 사람인가"라며 "간호사들을 기만한 재단과 병원장의 통렬한 각성을 요구한다. 다시는 형제병원에서 서울백병원과 똑같은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간호사를 보호할 대책을 내놓으라”고 촉구했다.

직원들은 재단 본부가 서울 강남 지역에 소재한 것을 꼬집어 ‘니가 가라, 김해’, ‘나의 사랑 내 어여쁜 재단아, 강남 말고 학교(인제대)가 있는 김해로 가자’는 내용이 담긴 게시물을 엘리베이터 등 병원 곳곳에 부착하기도 했다.

서울백병원은 폐원이 공식화된 후 안팎으로 논란이 컸다. 서울시는 서울 도심 한복판의 대학병원이 폐원할 경우 의료공백이 심화할 수 있다고 보고 이사회 개최 당일 오전 병원 부지를 도시계획시설 중 하나인 '종합의료시설'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도시계획시설로 결정될 경우 미래혁신데이타센터나 수익사업, (병원 외 용도) 매각 등은 불가능해진다. 병원이 아닌 다른 시설을 운영하지 못하도록 막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일반 직원은 물론 서울백병원 교수협의회도 인제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노조와 함께 비상대책위원회를 발족하고 폐원을 막기 위해 힘썼지만 재단 측은 끝내 폐원을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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