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대 규모인 필로폰 902㎏을 국내로 밀반입한 30대 주범에게 징역 30년이 확정됐다. 국내에서 마약사범에게 내려진 사상 최대 형량이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향정) 혐의로 기소된 호주 국적 이모씨(39)에게 징역 30년을 선고한 원심을 지난달 29일 확정했다.
함께 기소된 박모씨(37)도 징역 17년과 2억5127만원의 추징 명령이 확정됐다.
검찰에 따르면 주범 이씨는 호주 국적자로 주로 베트남에서 생활하며 국제 마약 밀수조직과 손잡았다. 그는 2019년 12월과 2020년 7월 두 차례에 걸쳐 멕시코에서 국내로 필로폰을 들여온 뒤 호주로 밀수출하기로 공모했다.
멕시코에서 호주로 직접 필로폰을 밀수출하는 경우보다 국내를 통해 밀수출하는 게 상대적으로 단속 가능성이 낮다는 점을 악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국내에 있던 박씨는 이씨 지시에 따라 필로폰을 들여온 뒤 이를 호주로 다시 옮기는 역할을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멕시코로에서 제작한 헬리컬기어(항공기 감속장치 부품)에 필로폰 902㎏을 숨겨 밀수입한 뒤 다시 이를 국내에서 만든 것처럼 꾸며 이 중 498㎏을 호주로 밀수출하는 수법을 썼다. 한국을 멕시코에서 호주로 마약을 보내는 중계 거점으로 삼은 것이다. 이씨는 항공기 부품을 수입하기 위해 국내에 자동차 부품 업체, 수출업체를 설립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통상 필로폰 1회 투여량은 0.03g으로 이들이 밀수입한 902㎏이면 무려 3000만명이 한 번에 투여할 수 있는 양이다. 도매가 기준 902억원, 소매가 기준 3조원 상당으로 필로폰 밀수 사상 국내 최대 규모다.
이후 박씨는 2021년 1월과 같은 해 4월에 헬리컬기어 11개에 필로폰을 숨겨 호주로 밀수출했다. 그러나 얼마 못 가 호주연방경찰에 적발됐고 사건을 인지한 국내 검찰과 국가정보원이 수사에 착수했다.
수사팀은 국내에서 필로폰을 보관 중이던 박씨를 먼저 검거한 뒤 구속 기소했다. 박씨는 필로폰 수입 혐의에 대해 1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 받았다.
이후 검찰은 호주·멕시코·베트남에 형사사법공조를 요청하는 등 장기간 수사를 벌인 끝에 작년 2월 베트남 호찌민에서 이씨의 신병을 확보한 뒤 국내로 송환해 재판에 넘겼다.
1심 재판부는 마약류 범죄 가운데 수출입 범행은 국제적으로 마약류를 유통하고 확산시킴으로써 수요와 공급을 새로 창출한다"며 "범죄조직에 판매자금 수입원으로 공급되게 함으로써 그 조직이 활성화하는 데 주요한 수단을 제공하는 점을 보면 사회질서에 심각한 해악을 미치는 중대범죄에 해당한다"고 판닪해 이씨에게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이씨는 판결에 불복해 상소를 제기했지만 2심 법원과 대법원 모두 1심과 같은 형량을 유지했다. 박씨는 1심에서는 징역 20년이 선고됐지만 2심에서 징역 17년으로 감형돼 최종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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