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미국 외교 전문 매체 디플로맷은 중앙유럽아시아연구소(CEIAS)를 비롯한 국제 연구진이 한국 성인 남녀 136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대(對)중국 인식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했다.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 응답자가 중국을 ‘부정적’ 또는 ‘매우 부정적’으로 인식한다고 답한 비율은 무려 81%에 달했다. 연령별로는 20~30대의 반중 정서가 가장 강했다.
우리나라에서는 반일 정서도 무시할 수 없다. 더욱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 때문에 반일 감정 역시 강해질 수 있는 환경이다. 이런 측면을 언급하는 것은 내년 총선에서 반일 정서와 반중 정서가 강하게 부딪힐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반일 정서와 반중 정서는 대북 인식, 안보 이슈와도 직결된다. 2030세대는 반일 정서보다 반중 정서가 강하고 북한에 대해서도 부정적 인식이 짙다. 60대 이상은 반일 정서는 물론 반중 정서도 강하고 북한에 대한 인식도 매우 부정적이다. 여기서 안보와 대한민국의 정체성, 그리고 반중 정서가 바로 2030세대와 60대 이상 세대의 공통점임을 알 수 있다.
4050세대는 다른 세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반중 정서가 약하고 북한에 대해서도 온정주의적 입장을 취할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언급하는 것은 내년 총선에서도 이른바 세대포위론이 다시 등장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 대선에서의 세대포위론은 2030세대 중에서도 특히 남성층과 국민의힘의 전통 지지층인 60대 이상을 묶어 상대적으로 진보층이 많이 포진한 4050세대를 포위하는 전략이었다.
내년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다시 세대포위론 전략을 구사한다면 이번에는 안보 이슈와 자유민주주의라는 대한민국의 정체성, 그리고 여기서 파생되는 반일이냐 반중이냐 하는 사안을 중심으로 특정 세대를 포위하는 전략이 될 것 같다. 이런 차원에서 보자면 윤석열 정권은 2030세대와 60대 이상의 정서에 비교적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반면 4050세대의 정서와는 다소 떨어져 있다. 유권자 총수(20대 대선 기준) 대비 세대별 유권자 분포를 보면 4050세대는 37.6%, 2030세대는 29.2%, 60대 이상은 31.15%를 각각 차지한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두고 더불어민주당이 정부 여당을 맹공하고 있음에도 여론의 열화와 같은 지지를 받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도 이런 유권자 세대 분포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대한민국의 안보에서 한일 관계 정상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2030유권자와 60대 이상 유권자들이 많기 때문에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의 위력이 생각보다 약했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오염수 방류에 문제가 없다고 결론을 내린 것도 한몫 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만일 안보 이슈와 국가 정체성을 중심으로 한 세대포위론을 펼친다면 여권 입장에서는 ‘해볼 만한 싸움’이 될 수도 있다. 이런 전략에 맞대응하는 민주당의 전략이 종전처럼 ‘반일’일지는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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