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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에 바다처럼 변해버린 하천…"도로 막혀서 못 나가요"

저지대 곳곳 물에 잠겨 주민 무더기 대피

도로 침수에 곳곳 통행 통제…주민 고립

회룡마을 주민들 이틀째 밖으로 못 나가

'대피 명령'에도 도로 막혀 옴짝달싹 못해

충주시 제공. 연합뉴스




폭우에 하천이 급격하게 불어나면서 충북 괴산댐과 전북 섬진강댐 등 전국 곳곳 댐이 월류해 인근 주민들이 무더기로 대피하고, 고립되는 일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

충주시는 15일 오전 5시를 기해 봉방동, 칠금동, 달천동, 살미면, 중앙탑면, 대소원면 등 범람이 우려되는 달천 주변 지역에 대피령을 내렸다. 대피 대상 주민은 6400여명으로, 대부분 학교 강당과 마을회관 등지로 대피한 상태다.

달천은 괴산댐의 방류량이 늘어나면서 하천 변 저지대 곳곳이 물에 잠긴 상태다. 달천에 접한 대소원면 문주리 수주팔봉마을의 양방향 도로가 침수되고, 단월동의 단월교도 침수 우려로 통행이 통제됐다.

살미면 토계리에서는 달천과 합류하는 석문동천이 범람하면서 주민 2명이 고립됐다가 이날 오전 9시 20분께 구조되기도 했다.

충주시 제공. 연합뉴스


같은 날, 순창군 동계면 어치리 회룡마을 주민들은 전날부터 주변 도로가 차단돼 밖을 나가지 못하고 있다. 지난 12일부터 방류를 시작한 섬진강 댐이 전날 오후 11시 30분께 추가로 초당 1500톤까지 방류량을 늘리면서 마을을 잇는 도로를 완전히 삼켜버린 탓이다.

회룡마을에 사는 공도하(60)씨는 “물이 휘감아서 나가는 지역에 마을이 자리 잡고 있는데, 동서 도로가 모두 잠겨버려 나갈 수 없다”며 “아픈 사람이라도 생길까 봐 모든 주민이 걱정하면서 집을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섬진강댐 하류 쪽에 위치한 이 마을에는 15가구가 살고 있는데, 3년 전 폭우로 섬진강 둑이 붕괴했을 당시에도 마을이 고립돼 불안함에 떨었다고 공 씨는 설명했다.

공 씨는 “3년 전에도 저지대에 있는 집들은 일부가 침수됐다”며 “당장 대피 명령이 떨어져도 도로가 없어 움직이지 못하는 상황이라 주민들이 불안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호우경보가 내려진 15일 오전, 전북 임실군 관촌면의 한 도로에 나무가 쓰러져 소방대원들이 안전조치를 하고 있다. 전북소방본부 제공. 연합뉴


사흘간 342㎜의 비가 쏟아진 완주군에서도 하천 곳곳이 급격하게 불어나면서 주민들이 고립된 채 전전긍긍하고 있다.

완주군 동상면 신월리 밤목마을에 사는 국승구(68)씨는 “마을 밖을 나가려면 하천을 건너가야 하는데, 다른 출입구가 없다 보니 매번 폭우가 올 때마다 고립된다”며 “이틀째 밖을 나가지도 못하고 바다처럼 변한 하천만 바라보고 있다”고 걱정스레 말했다.

호우 경보가 내려진 15일 오전, 전북 완주군 삼례천에 물이 차 있다. 독자 제공. 연합뉴스


이번 폭우로 전북에서는 농작물 7457㏊가 물에 잠겼고, 익산 11채, 부안 7채, 군산 3채 등 6개 시·군에서 주택 23채가 침수 피해를 봤다.

전북 재난안전대책본부 관계자는 “재해 취약지역을 중심으로 예찰을 강화하고 피해 상황을 지속해서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선제적 상황관리로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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