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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우크라 방문]軍 없이 첫 전쟁국 방문…젤렌스키 초청에 신변 위협 감수 전격 결정

방문 직전까지 순방 동행 기자·직원들도 '보안'

현지 순방 중 尹 우크라 방문 전격 결정 발표해

우크라 침공 러시아 등 권위주의 진영 대항

자유민주주의·법치·인권 기반 국제 질서 연대

두다 폴란드 대통령, 우크라 안전 이동 지원

尹, 젤렌스키와 전쟁 종식 및 재건 사업 논의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에서 국빈급 공식 방문 일정을 마치고 우크라이나를 전격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5일(현지시간) 키이우 인근 이르핀 민가 폭격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열어 인도적 구호품을 포함한 지원 방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사진=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를 전격 방문했다. 우리나라 정상 가운데 우리 군대가 파병되지 않은 전쟁 국가를 공식 방문한 것은 윤 대통령이 처음이다. 우크라이나 현지는 지금도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이 계속되고 있는 곳이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자유민주주의와 법치, 인권에 기반한 자유주의 진영의 연대를 위해 신변 위협을 감수하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의 초청에 응했다. 윤 대통령은 정상회담을 통해 러시아를 규탄하고 인도적 지원에 나설 예정이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자유 민주주의 가치를 우선시하고 규범에 입각한 국제 질서를 중시하는 기조와 의지를 만방에 알리기 위해 전쟁 지역 방문을 결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크라이나 현지는 러시아의 포격과 자폭 드론(무인기)이 출몰하고 테러단체들도 활동하는 위험하고 엄중한 상황이다. 하지만 윤 대통령의 방문 의지가 강했고, 경호에 지장이 없는 이동 경로를 확보하기 위해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댄 폴란드 정부의 협조가 구해지면서 방문이 전격 이뤄졌다. 윤 대통령은 지난 12일부터 2박 3일간 폴란드에 머물며 안제이 두다 대통령과 우크라이나에 대한 인도적 지원과 전후 재건 사업 공동 진출 등을 정상회담에서 논의했다. 윤 대통령은 두다 대통령에게 젤렌스키 대통령의 초청에 응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두다 대통령은 폴란드 정부를 통해 우크라이나로 이동하는 안전한 루트를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우크라이나 방문은 윤 대통령이 지난 5월 16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으로부터 우크라이나 초청 의사가 담긴 친서를 받은 이후 극비리 속에 추진됐다. 당시 방문 시기와 방법에 대해서는 방한 도중 용산 대통령실을 찾은 젤렌스키 대통령 부인 올레나 젤렌스카 여사가 윤 대통령에게 남편의 친서로 전달했다. 초청 대상은 윤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였다. 또 윤 대통령은 지난 5월 21일 일본 히로시마에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계기로 첫 양자 회담을 가진 젤렌스키 대통령으로부터 한 차례 더 구두 초청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방문을 발표하기 전까지 철통같은 보안을 유지했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의 이번 동유럽 순방 계기에 우크라이나를 직접 방문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국내에서부터 사전 준비를 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 사실은 순방에 동행한 대통령실 출입 기자뿐 아니라 비서실 직원들에게도 방문을 발표하기 전까지 비밀에 붙여졌다. 이 때문에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지난 11일 리투아니아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공식 만찬에서 젤렌스키 대통령과 조우했으나 보안을 위해 만찬 브리핑에서 알리지 않았다.

무엇보다 방문이 성사될지도 불투명했다. 우크라이나로 들어갈 안전한 이동 루트를 확보해야 했기 때문에 윤 대통령이 지난 10일부터 나토 정상회의를 위해 방문한 리투아니아 빌뉴스, 12일부터 2박 3일 간 공식방문한 폴란드 현지에서도 방문이 결정되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 13일 두다 대통령과의 한-폴란드 정상회담을 계기로 우크라이나를 방문하기 위한 논의가 이뤄졌고 윤 대통령이 14일 전격 결정하면서 우크라이나행이 확정됐다.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에서 국빈급 공식 방문 일정을 마치고 우크라이나를 전격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5일(현지시간) 키이우 인근의 부차시 학살현장 추모공간에 헌화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열어 인도적 구호품을 포함한 지원 방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사진=대통령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바르샤바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얼마 전에 저희에 대한 방문 요청이 있었고, 저희가 인근 국에 방문을 하게 됐다. 나토 순방을 준비하면서 오래전에 양자 방문에 대해서 초청을 받았고 고민을 오래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크라이나의 한 장소만 가는 것이 아니고, 공식방문 일정으로 인근의 도시, 인근의 시설을 같이 둘러보시게 되고 키이우에서는 정식 정상회담과 기자회견을 위한 발표를 하게 된다”며 “한국이 그동안 지켜온 원칙 하에서 포괄적이고 구체적으로 우크라이나와 한국 간에 돕고 또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을 준비중”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현재 전시 상황에서의 협력 문제, 그리고 향후 폴란드를 포함한 재건 과정에서의 협력 문제, 구체적으로 별도로 논의할 사항이 많이 식별돼서 이번에 회담이 필요하게 되었다”라며 “상대국(우크라이나) 정상이 정중하게 방문 초청을 하는 것은 지금 국제사회의 초미의 과제인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서 대한민국의 역할에 대한 기대가 깔려있는 것이고, 그것을 담은 요청이라고 저희는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전쟁 중인 국가를 방문한 우리나라 대통령은 1966년 베트남을 찾은 박정희 전 대통령, 2004년 이라크를 방문한 노무현 전 대통령 이후 세번째다. 다만 박 전 대통령과 노 전 대통령은 우리 군이 파병된 상황에서 현장을 찾았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우리 군 없이 우크라이나를 찾았다.

윤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방문으로 전쟁 종식과 전후 재건을 위한 양국의 협력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윤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열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인도적 지원과 전후 재건 사업에 대한 논의를 했다. 두 정상은 정상회담 이후 언론공동발표를 통해 한국의 인도적 지원과 재건 지원에 대해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한국과 폴란드는 13일(현지 시간) 열린 양국 정상회담에서 최대 총 520억 달러(약 66조 원) 규모의 우크라이나 전후 재건사업 공동 수주에 나서기로 합의했다. 우리 정부는 지난 5월 우크라이나와 양해각서(MOU)를 맺고 현지 재건사업에서 협력하기로 상황이라 사업 발주국(우크라이나)과 공동 수주 파트너(폴란드)에 이르는 3각협력 체계를 구축하게 됐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이번 한·폴란드 정상회담 및 앞선 한·우크라이나 간 MOU를 계기로 우리나라가 폴란드와 함께 수주전에 나설 수 있는 우크라이나 재건 프로젝트는 정부 간 사업 기준으로 5000건이며 금액 기준으로는 총 200억 달러 상당에 달한다. 이와 별도로 민간추진사업으로 수주전에 돌입할 수 있는 프로젝트 규모는 총 320억 달러에 이른다.

최대 1조 원(약 1260조 원) 규모로 전망되는 우크라이나 재건사업 전체 프로젝트 중 파괴된 도시 등을 복구하는 초기 재건사업 규모는 1000억 달러로 예상된다. 현재 이 사업의 절반 이상에서 한국·폴란드 정부와 기업이 수주를 타진하고 있다고 우리 정부 당국자는 전했다.

폴란드를 공식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바르샤바의 재래시장인 미로브스카 시장을 방문, 상인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한편 앞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우크라이나 전쟁 1주년을 앞두고 지난 2월20일 키이우를 전격 방문했고, 기시다 총리는 지난 3월21일 젤렌스키 대통령의 초청으로 키이우를 찾았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개전 초기인 지난해 5월 이르핀을 방문한데 이어, 올해 6월 키이우를 다시 방문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지난해 6월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함께 우크라이나를 방문했다.

대통령이 해외 순방 도중에 일정을 변경한 사례는 지난 2004년 이후 처음이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지난 2004년 12월 순방 일정을 전격 변경해 이라크 아르빌의 자이툰 부대 주둔지를 직접 찾은 적이 있다. 당시 이라크를 공식 방문하고 정상 회담 등 일정을 소화한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윤 대통령의 이번 우크라이나 방문과는 차이가 있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은 프랑스 파리 방문을 마치고 귀국하는 전용기 기내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 비행기는 서울로 가지 못한다"는 말로 이라크 방문을 깜짝 발표했다.

곧이어 쿠웨이트에서 공군 수송기로 환승, 일부 기자들과 수행원만 데리고 자이툰 부대를 방문해 장병들을 격려했다. 노 전 대통령은 귀국 후 "파리에서 서울로 돌아오려면 이라크 상공을 지나야 할 텐데, 대통령으로서 차마 그냥 올 수 없다고 생각했다"고 언급한 바 있다.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에서 국빈급 공식 방문 일정을 마치고 우크라이나를 전격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5일(현지시간) 키이우 인근의 부차시 집단학살 희생자 무덤에 묵념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열어 인도적 구호품을 포함한 지원 방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사진=대통령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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