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는 거듭 거부했음에도 무정자증 남편의 요구로 다른 남성의 정자를 받아 아이를 낳았는데 이제와 돌연 남편이 “내 아이가 아니다”라고 주장한다는 사연이 알려졌다.
지난 13일 YTN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는 아내 A씨의 이야기가 전해졌다.
A씨는 “결혼 후 아이를 갖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했는데 (난임) 원인을 검사하니 남편이 무정자증이었다”며 “(저는) 아이 없이 부부가 잘 살아도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남편과 시댁은 아이를 간절히 원했다”며 운을 뗐다.
그는 “남편이 ‘다른 남성의 정자를 받아 출산하면 어떻겠냐’ 묻길래 처음에는 몇 번이나 거절했다”면서 “하지만 남편의 생각이 확고해 결국 제3자의 정자를 받아 인공수정으로 출산했다”고 밝혔다.
이어 “남편 호적으로 아기를 올린 상태인데 출생 백일이 지났을 무렵부터 남편이 ‘아이는 내 혈연이 아니다’라면서 친생자 관계 부존재 확인의 소를 제기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체 남편이 저한테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임신과 출산, 그 어느 하나 쉬운 게 없었는데 돌변한 남편 때문에 너무 힘들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에 관해 송미정 변호사는 “민법에는 혼인 중 아내가 임신한 자녀를 일단 남편의 자녀로 추정하는 ‘친생추정규정’이 있다”며 “제3자의 정자로 인공 수정해 자녀를 출산한 경우에는 혈연관계가 없다는 것이 분명하더라도 일단 친생추정규정이 적용돼 남편의 자녀로 추정한다”고 짚었다.
아울러 “친생추정규정에 따라 형성된 부모, 자식 관계라도 남편과 아내가 친생 부인의 사유를 안 날로부터 2년 이내에만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며 “남편이 그 결정을 번복한다고 해서 바로 친자 관계가 부정되거나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는 것은 부당하다”고 선을 그었다.
마지막으로 “인공수정 자녀가 태어난 뒤 남편이 이를 알면서도 출생신고를 하거나 상당 기간 실질적으로 양육하면서 친자 관계를 유지한 경우에는 인공수정에 대한 동의가 있는 것으로 보고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vival@sedail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