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 등 공복혈당 수치가 높은 사람이 과음하면 간암 발생에 더욱 취약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당뇨병 전단계부터 정상혈당인 경우보다 간암 위험이 유의하게 증가하기 시작해 최대 3배 이상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뇨 환자는 물론 당뇨 고위험군인 전당뇨 단계부터 철저한 금주가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유수종·조은주 교수와 강남센터 정고은 교수, 한경도 숭실대 정보통계보험수리학과 교수 공동 연구팀은 2009년 국가건강검진에 참여한 성인 938만 7670명을 대상으로 혈당 수준에 따른 알코올 섭취량 및 간암 위험을 분석한 결과 이 같은 연관성을 확인했다고 15일 밝혔다.
간암은 국내에서 7번째로 많이 발생하는 암이다. 환자 10명 중 6명은 5년 이내 사망할 만큼 예후가 좋지 못한데 간경변과 B형C형 간염바이러스, 과체중, 흡연, 과음, 당뇨병 등이 대표적인 위험인자로 꼽힌다. 예방접종 도입과 효과적인 항바이러스제가 개발되며 간염바이러스로 유발되는 간암이 점차 감소할 것으로 예측됨에 따라 학계에서는 과음, 당뇨병 같은 간암의 또다른 위험인자 연구의 중요성이 증대되고 있다. 과도한 알코올 섭취와 높은 혈당 수치가 산화 스트레스를 유발해 간암 위험을 높인다는 사실이 선행연구를 통해 밝혀졌지만 이들 2가지 위험인자 조합이 복합적으로 간암 발생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선 연구된 바가 없었다.
연구팀은 건강검진에서 측정된 공복혈당 수치를 기준으로 성인 938만 여명을 △정상혈당(<100mg/dL) △전당뇨(100~125mg/dL) △당뇨(≥126mg/dL) 등 3개 그룹으로 구분하고 각 집단을 주당 알코올 섭취량에 따라 △비음주(0g) △경·중등도 음주(1~209g) △과음(≥210g)으로 다시 나눴다. 알코올 섭취량은 자가 문진에서 응답한 주당 음주 빈도일수와 섭취강도(잔수)의 곱으로 계산했고, 1잔당 알코올 함량은 8g으로 정의했다.
그 결과 8.3년(중앙값)의 추적 관찰 기간 동안 전체의 0.37%(34321명)에서 간암이 발생했고 모든 그룹에서 알코올 섭취가 증가하면 간암 위험도 선형적으로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정상혈당군 및 전당뇨군에 비해 당뇨군에서 알코올 섭취 증가에 따라 간암 위험 증가폭이 가장 컸다. 정상혈당 비음주군과 비교했을 때 전당뇨 경·중등도 음주군과 전당뇨 과음군의 간암 위험은 각각 1.19배, 1.67배 증가했다. 당뇨 경·중등도 음주군과 당뇨 과음군의 간암 위험은 각각 2.02배, 3.29배 늘었다. 공복혈당 수치로 평가한 혈당 수준이 높을수록 알코올 섭취가 늘어나면 간암 위험도 더 크게 증가한 것이다. 연구팀은 당뇨나 전당뇨로 진단받은 사람은 간암 예방을 위해 적극적인 금주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유 소화기내과 교수는 “이번 연구는 간암 위험에 영향을 미치는 알코올 섭취량과 혈당 상태의 상호작용을 조사한 최초의 연구”라며 “개인의 혈당 상태에 따라 같은 양의 음주도 간암 위험을 크게 증가시킬 수 있으므로 간암 예방 전략을 수립할 때 개별화된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플로스 의학(PLOS Medicine)’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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