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강남구 압구정3구역 재건축 사업의 설계 업체로 설계 지침 위반 논란에 휩싸였던 희림종합건축사사무소 컨소시엄이 선정되면서 추후 사업 진행 과정에서 시와 조합 간의 마찰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시가 희림의 설계안과 조합의 설계자 선정 절차에 문제를 제기하며 공모를 중단하라고 명령한 상황에서 조합이 이를 강행했기 때문이다. 시가 이번 선정을 ‘무효’로 보고 있다고 밝힌 만큼 정비사업 입안 등 인허가 과정도 필연적으로 미뤄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16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전날 열린 압구정3구역 재건축 조합 총회에서 희림 컨소시엄은 총 1507표를 받으며 설계업체로 선정됐다. 함께 공모에 참여했던 해안종합건축사사무소 컨소시엄은 이보다 적은 1069표를 얻는데 그쳤다. 앞서 용적률 360% 설계안을 내놓으며 서울시로부터 고발까지 당한 희림은 총회 당일 서울시가 신속통합기획에서 허용한 최대 용적률인 300%로 낮춘 수정된 설계안을 제시했다.
다만 시는 이 같은 투표 결과를 수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번 선정절차는 효력이 없는 만큼 현재 시는 해당 사업장에 설계자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시 관계자는 “총회에서의 (용적률 하향조정 등의) 일과 별개로 공식적으로 제출한 공모안 자체가 설계지침에 어긋나 실격 사유에 해당하는 만큼 공모절차가 다시 진행됐어야 했다"며 “그렇게 하도록 명령을 내렸지만 이를 준수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후에 진행된 것들에 대해서는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압구정3구역 설계지침은 용적률 3종 일반주거지역 300% 이하와 건폐율 50% 이하 등의 기준을 위반할 경우 해당 설계자를 실격대상으로 심사위원회에 상정하며 이후 실격 판정을 받을 경우 평가대상에서 제외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시는 지난 14일 “공모에 응한 특정 설계 회사(희림 컨소시엄)가 현행 기준을 초과하는 용적률, 임대주택이 없는 재건축안을 제출했다”며 “몇 차례에 걸쳐 신통기획이 제시한 가이드 라인을 지킬 것을 안내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기준을 위반한 설계안으로 진행하는 것은 어떠한 경우에도 불가능하다"고 밝힌 바 있다.
시가 강경 입장을 내보이는 만큼 추후 인허가 과정에서의 마찰도 예상된다. 시 관계자는 “정비계획에 있어서는 신속통합기획안대로 결정돼야 한다는 것이 서울시의 입장”이라며 “향후 접수되는 안을 보고 결정해야 하는 만큼 현 시점에서 인허가가 어떻게 될 것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향후 결정되는 정비계획이 시가 제공한 신통기획안대로 될 거라는 것은 확실하다”고 강조했다. 시는 앞서 압구정3구역에 대해 △3종 일반주거지역 용적률 300% 이하 △5800세대 내외 △압구정~성수 보행교 및 덮개시설 등의 내용이 담긴 신속통합기획안을 발표한 바 있다. 정비계획 입안 시기에 대해서도 시 관계자는 “정상적으로 갔다면 연내에 가능했을 수도 있지만 이제 연내 입안은 어려울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한 조합의 반발도 예상된다. 조합 관계자는 "아직 시로부터 설계자 선정 절차와 관련해 어떤 얘기도 듣지 못했다"면서도 “설계 공모전에서는 업체들이 창의력과 기획력을 발휘해야 하는 건데 서울시의 가이드대로만 하라고 한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김연하 기자 yeona@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