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이들은 메이저 대회 우승에 한이 맺혔고 다른 어떤 이들은 올해 이미 해봤지만 또 우승하고 싶다. 또 다른 어떤 이들은 뜻밖의 출전권 획득으로 참가 자체가 영광이다. 남자골프 시즌 마지막 메이저인 제151회 디 오픈(총상금 1650만 달러)에 나서는 156명의 면면이다.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골프대회 디 오픈이 20일(한국 시간) 잉글랜드 호이레이크의 로열 리버풀GC(파71·7383야드)에서 개막한다. 4월 마스터스, 5월 PGA 챔피언십, 6월 US 오픈에 이어 디 오픈으로 메이저 시즌이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마스터스 챔피언 욘 람(스페인), PGA 챔피언십을 제패한 브룩스 켑카(미국), US 오픈에서 우승한 윈덤 클라크(미국)는 영예로운 ‘메이저 2승 시즌’을 완성하려 한다. 하지만 그 누구보다 크게 주목받는 이는 세계 랭킹 2위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다.
16일 스코틀랜드 르네상스 클럽에서 끝난 제네시스 스코티시 오픈에서 매킬로이는 마지막 두 홀 연속 버디로 짜릿한 1타 차 승리를 거뒀다. 9개월 만에 달성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24승째였다. US 오픈 준우승 등 올해 메이저(마스터스 컷 탈락, PGA 챔피언십 공동 7위)에서 번번이 고개 숙인 이유가 클러치 퍼트의 부재였는데 ‘디 오픈 전초전’인 스코티시 오픈 우승은 클러치 퍼트의 승리였다. 이번 주 디 오픈에서 9년 만의 메이저 5승이 기대되는 이유다.
또 다른 이유는 대회 코스에 있다. 디 오픈이 로열 리버풀로 돌아온 것은 2014년 이후 9년 만. 2014년 디 오픈 챔피언이 바로 매킬로이였다. 무려 17언더파로 2타 차 우승을 달성하면서 처음으로 디 오픈 트로피인 클라레 저그를 품었다. 올해 대회 기간에는 간간이 비 예보가 있지만 바람은 강하지 않을 것으로 보여 9년 전처럼 버디 싸움이 될 확률이 높다.
영국 매체 골프먼슬리는 매킬로이가 2014년 PGA 챔피언십 제패 이후 계속되고 있는 메이저 우승 가뭄을 끝낼 수 있을지는 1라운드 스코어에 달렸다고 내다봤다. “2015년부터 올해까지 매킬로이의 1라운드 평균 스코어는 71.71타로 같은 기간 메이저 우승자들의 첫날 스코어인 68타보다 3.7타나 뒤진다”는 이유다.
지난달 초 PGA 투어와 사우디아라비아 자본의 LIV 골프가 합병한다는 소식이 전해졌지만 PGA 투어파와 LIV파 선수 간의 자존심 경쟁은 여전하다. 매킬로이가 PGA 투어파의 선봉이라면 LIV파 기수는 디펜딩 챔피언 캐머런 스미스(호주)다. 지난해 디 오픈에서 3라운드까지 공동 선두 매킬로이에게 4타 뒤졌던 스미스는 마지막 날 64타로 날아올라 매킬로이를 2타 차 3위로 밀어냈다. 스미스는 이달 10일 LIV 영국 대회에서 우승하며 15년 만의 디 오픈 2연패 희망을 키웠다. 디 오픈 2년 연속 우승은 2007·2008년 파드리그 해링턴(아일랜드)이 마지막이다.
메이저 5승을 자랑하지만 디 오픈 트로피는 아직 없는 켑카, 지난해 마스터스 우승자인 세계 1위 스코티 셰플러(미국)도 강력한 우승 후보다. 셰플러는 지난해 11월부터 19주 연속으로 공동 12위 이상을 기록할 정도로 ‘극강’의 안정감을 자랑한다. 이달 초 4년 5개월 만의 PGA 투어 우승으로 부활을 알린 리키 파울러(미국)는 내친 김에 생애 첫 메이저 타이틀을 두드린다.
한국인 PGA 투어 멤버로는 임성재·김주형·김시우·이경훈·안병훈이 출전한다. 안병훈은 스코티시 오픈 공동 3위에 올라 극적으로 출전권을 얻었다. 그는 “원래 스코티시 오픈 뒤 바로 돌아가는 일정이어서 여분의 옷이 없다”고 ‘행복한 투정’을 부리며 “보너스를 받은 느낌”이라고 했다.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에서 미국교포 한승수와 강경남이 한국 오픈 우승·준우승 자격으로 참가하고 아시안 투어를 통해 출전권을 획득한 김비오도 출사표를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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