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로 전국 곳곳에서 인명피해가 속출하는 가운데 산사태가 발생한 경북 영주시에서 60대 아버지와 20대 딸이 숨졌다.
16일 소방 당국에 따르면 영주시 풍기읍 삼가리에서 발생한 산사태로 한 주택이 매몰돼 김모(67)씨와 첫째 딸(25)이 사망했다. 어머니 정모(58)씨는 가까스로 구조돼 기독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으며, 둘째 딸(23)은 대구에서 지내고 있어 피해를 입지 않았다.
산사태를 목격했다는 김씨의 친구 박씨는 당시 사고 상황을 중앙일보에 전했다. 박씨에 따르면 토사가 덮치기 전, 김씨는 낙엽 등 이물질이 쌓인 집 앞 도랑을 정비하며 지인과 대화 중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콸콸콸’ 소리와 함께 산에서 흙탕물과 함께 토사가 쏟아지려 했다.
박씨는 “그러자 친구가 불편한 다리를 끌면서 집으로 달려갔다”며 “산에서 쏟아진 토사가 창고 하나를 친 뒤 대각선 아래에 있던 친구 집 쪽으로 방향이 틀어졌는데, 그 쪽이 큰 딸이 자고 있던 방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친구가 집 문을 열기도 전에 토사에 휩쓸렸다. 워낙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며 “친구랑 있던 지인은 도로 쪽으로 피신해 목숨을 구했는데, 친구는 가족 구하려다 피하지 못했다”고 했다.
김씨의 사촌 동생도 “형수(정씨) 말로는 형님이 딸을 구하려 했는데 집 안에 흙이 가득 쌓여 문이 안 열렸다고 한다”며 “그러다 순식간에 토사에 휩쓸렸다”고 설명했다.
김모씨의 친형(71)은 “아직도 꿈인지 생시인지, 이게 진짜 일어난 일이 맞는지 모르겠다”고 매체에 전했다. 둘째 딸은 “입원 중인 엄마가 심리적으로 아주 불안해하고 있다”며 호소했다.
사망한 김씨 부녀의 유족들은 당장 어머니와 둘째 딸의 생계를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기초생활수급 대상으로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이었다. 사고로 인해 김씨의 집은 절반이 붕괴된 상태다. 숨진 아버지는 지체장애로 걸음걸이가 불편했고, 딸은 지적장애가 있었다고 동네 주민들은 전했다.
한 유족은 “엄마가 지적 장애도 있는데 딸만 혼자 있어 큰일이다. 긴급 지원이든 지자체 도움이 절실하다”고 했다. 영주시 관계자는 “이번 폭우 관련 종합대책지원반을 꾸려 피해 입은 시민들에게 지원 가능한 부분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산림당국은 사고가 일어난 마을 뒷산 나무가 없는 지점에서 토사가 다량 유실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해당 지점은 국립공원관리구역으로, 수년 전 땅주인이 불법으로 나무를 대규모로 베어내 처벌 받은 전적이 있다. 앞서 땅주인은 2020년 3월 자연공원법 위반 등 혐의로 고발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벌금 150만원을 선고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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