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명(잠정)의 목숨을 앗아간 충북 청주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의 침수가 ‘인재(人災)’였다는 비판이 거세지는 가운데 사고 당일 청주시가 궁평2지하차도를 이용하라고 버스회사에 안내한 것으로 드러났다.
17일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청주시 대중교통과는 지난 15일 오전 8시49분께 시내버스 업체들에 우회 노선을 운행하라며 궁평2지하차도 이용을 지시했다. 강내면에서 미호강을 건너 오송역으로 향하는 도로가 침수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그러나 지하차도는 이미 오전 8시40분께부터 침수돼 소방 당국이 구조 작업을 진행 중이었다. 사고 예방에 실패한 지자체가 사후 관기에도 부족한 역량을 드러낸 것이다.
청주시 한 버스회사 관계자는 “15일 오전 8시50분께 궁평2지하차도 쪽으로 우회해서 운행하라는 연락이 왔다”며 “청주시가 당시 사고가 있었는지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 같다”고 매체에 전했다.
청주시 대중교통과 관계자는 “원노선이 침수됐다는 버스 기사들의 보고를 받고 업체들과 우회하는 노선을 협의한 것”이라며 “다른 부서에서 전달받은 내용이 없어 지하차도가 침수됐다는 사실을 파악하지 못했다”고 매체에 밝혔다.
청주시는 사고가 나기 불과 5분 전인 오전 8시35분 사고 지역에 대해 ‘저지대 침수 위험이 있다’는 재난 문자를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지하차도 침수로 차량 통행이 불가하니 우회하라’는 안내 문자는 사고 2시간30분 뒤인 오전 11시14분 전송됐다.
앞서 금강홍수통제소는 이날 오전 4시 10분께 지하차도와 직선거리로 약 600m 떨어진 미호천교 지점에 대해 '홍수경보'를 발령하고, 충북도·청주시·흥덕구 등 76개 기관에 통보문을 전달했다.
이후에도 물이 계속 차올라 범람 위기에 다다르자 금강홍수통제소는 오전 6시 34분 흥덕구 건설과에 전화를 걸어 이 사실을 알리고, 주변 주민통제와 대피에 나설 것을 경고했다.
사고 발생 2시간 전의 일이다.
하지만 정작 지방도에 속한 오송 지하차도의 관리주체인 충북도에는 연락하지 않았다.
유선 통보는 매뉴얼에는 없는 것으로 지하차도가 있는 주소에 따라 관할청인 흥덕구에 사태의 심각성을 알린 것이며, 유관기관에 전파할 것으로 여겼다는 게 금강홍수통제소 측의 설명이다.
금강홍수통제소의 예상과 달리 흥덕구는 이 같은 사실을 본청 안전정책과와 하천과에 보고했지만, 청주시는 충북도에 알리지 않았다.
사고 발생 약 50분 전 주민 신고도 있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사고 당일 오전 7시 51분께 "미호강 제방이 유실될 것 같다"는 민원인 신고가 접수됐다.
이에 오전 8시 3분 현장에 도착한 소방대원들은 "제방 둑이 무너져 미호강이 범람하고 있다"고 상황실에 전파했고, 상황실은 이 사실을 청주시 당직실에도 즉각 전달했지만 이 역시 도로 관리주체인 도청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또 경찰 상황실에는 오전 7시 58분께 "궁평 지하차도 차량 통행을 막아달라"는 신고가 접수됐으나 관할 파출소 직원들이 모두 다른 침수현장에 나가 있는 상태여서 대응이 지연됐다.
경찰은 재난안전망을 통해 상황을 충북도와 청주시 등 관계 기관에 전파했다고 했으나, 미호강 하천수로 지하차도가 완전히 침수될 때까지 아무런 안전조치도 이뤄지지 않았다.
사고 당일 궁평2지하차도에서는 미호강 제방이 터지면서 쏟아져 들어온 6만톤의 물에 차량 16대가 침수되는 참사가 발생했다. 실종 신고된 12명 중 생사가 확인되지 않았던 마지막 1명의 시신이 추가로 발견되면서 오송 지하차도에서 숨진 사망자는 총 14명으로 집계됐다.
경찰은 사고의 원인과 관리 책임을 밝히기 위해 17일 전담수사본부를 구성하고 당시 교통 통제가 이뤄지지 않은 이유 등 사고 경위 조사에 나섰다. 홍수 경보를 발령한 금강홍수통제소와 충북도·청주시·흥덕구 등 관할 지자체 등이 수사 대상에 오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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