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반도체 장비 제조업체들이 올 상반기 일제히 좋은 실적을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8일 보도했다. 미국이 지난해 10월 중국으로 첨단 반도체 장비를 수출하는 것을 통제함에 따른 반사이익이다.
SCMP는 반도체 식각 장비를 생산하는 베이팡화창이 지난 15일 공시를 통해 올 상반기 이익 추정치를 16억7000만 위안(약 1300억 원)~19억3000만 위안(약 3400억원)으로 제시했다고 전했다. 전년동기대비 121.3~155.8%나 증가한 수준이다. 같은 기간 매출은 64.4% 증가한 89억5000만위안(약 1조6000억원) 가량으로 전망했다. 역시 중국의 반도체 장비 업체인 AMEC도 상반기 순이익이 전년동기대비 109.5~120.2% 늘어난 9억8000만~10억3000만 위안, 매출은 28% 증가한 25억3000만 위안으로 전망했다.
두 업체 모두 실적 호조에 대해 시장점유율 증가 덕분이라며 “반도체 장비가 점점 더 많은 국내외 고객들로부터 인정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SCMP는 “미국의 대중 반도체 장비 수출통제 조치 후 이 같은 실적 기대감이 올라오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미국은 작년 10월부터 18nm(나노미터·10억분의 1m) 이하 D램, 128단 이상 낸드 플래시, 14nm 이하 로직 칩을 생산하는 중국 기업에 반도체 장비를 수출하는 것을 사실상 금지하고 있다. 같은 해 12월에는 중국 최대 메모리 반도체 회사 양쯔메모리 등 중국 기업 36개를 수출통제 대상에 올렸다. 일본은 7월부터 반도체 제조장비 23개를 중국에 수출할 때 정부 승인을 거쳐야 하며, 네덜란드도 9월 새로운 대중 수출통제 조치를 시행할 예정이다.
미국 반도체 장비업체 KLM과 램리서치 등은 수출통제 조치 직후 양쯔메모리에 파견한 직원들을 철수하고 새 장비 설치, 이미 설치한 장비 관리 등 지원을 중단했다. 이에 중국 반도체 업체들이 대안으로서 자국 업체들로 눈을 돌렸다는 게 SCMP의 설명이다. 양쯔메모리는 첨단 3D 낸드플래시 생산을 위해 자국 업체들의 장비를 사용하려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를 위해 베이팡화창 등에 장비 생산을 대규모로 발주한 바 있다고 SCMP는 보도했다.
지난달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 조사 결과를 보면 올 1분기 중국으로의 반도체 장비 수출 규모는 58억6000만달러로 전년동기대비 23% 감소했다. 또한 중국 세관 자료에 따르면 1~4월 중국이 미국으로부터 수입한 반도체 장비와 다른 기계는 전년 동기보다 약 50% 급감한 10억5000만 달러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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