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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초 다툰 오송…'전국에 단 2대' 방사포만 기다렸다

'대형 소방차 20대' 동원 효과

화재·수해 현장서 유용하지만

대당 80억…장비확보 어려워

"인명구조 위해 권역별 배치를"

이달 16일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 대용량 방사포를 통한 배수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오송=연합뉴스




“대용량 방사포가 없었더라면 배수 작업이 정말 늦어졌을 겁니다. (사고가 일어난) 충북에도 없습니다. 하지만 이런 고가 장비를 늘리려면 국민 세금이 드는데 저희가 어떻게 구비하자고 할 수 있나요.” (오송지하차도 사고 현장 소방 관계자)

14명의 사망자를 낸 충북 청주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현장에서 물을 빼낸 대용량 방사포가 본격적으로 배수 작업을 한 것은 사고 발생 약 10시간 만이었다. 구조는 배수 작업 속도에 달렸었다. 하지만 이 장비는 전국에 단 2대뿐인 탓에 현장에 사고 직후 투입되지 못했다.

18일 소방 당국 등에 따르면 대용량 포 방사 시스템이 화재 현장뿐 아니라 홍수 등 수해 재난에서도 역할을 톡톡히 해내면서 장비 추가 확보에 대한 필요성이 나온다. 대용량 방사포는 2021년 소방청이 마련해 울산에 처음 배치됐다. 2018년 경기도 원유 탱크 화재 사고의 교훈이다. 산업단지가 몰린 울산에서 화재가 일어나면 대형 화재로 번질 수 있기 때문에 장비가 울산에만 배치됐다.

장비는 큰 역할을 했다. 지난해 1월 울산 화재 사고 때 화재 진압 시간을 크게 줄였다. 올해 3월에는 대전 한국타이어 화재 진압에도 사용됐다.

화재 진압용으로 구매한 장비는 배수가 가능한 탓에 침수 사고에서도 활용됐다. 지난해 태풍 힌남노 때 포항 포스코 침수 현장에서 빠르게 물을 퍼냈다. 소방차로 치면 20여 대 가까운 능력이다.



이 장비는 6만여 톤의 물이 찬 오송 지하 차도 사고 현장에서도 주효했다는 게 현장 관계자들의 평가다. 이 장비를 투입해 양쪽에서 물을 빼냈다. 15일 사고 직후만 하더라도 지하 차도 유입을 막을 임시벽 공사까지 하면서 배수에 난항을 겪었다. 장비 투입 후 소방 당국은 ‘약 8시간 후면 완전 배수가 가능하다’는 구체적인 전망을 내놓을 수 있었다. 한 유가족은 사고 현장에서 기자를 만나 “물을 밖으로 빼는 게 우선인데 방사포가 너무 늦게 왔다”고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하지만 소방 당국은 이 장비를 늘리지 못하고 있다. 비용 때문이다. 정부는 이 장비를 2대 구입하는 데 약 176억원을 들였다. 소방 당국 현장에서도 비용 문제의 벽을 넘지 못해 고가 장비를 구매하기는커녕 요구하기조차 어려움이 크다는 분위기다.

사고에 대비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재원을 써야 하는지에 대한 논쟁으로 대표적인 것이 응급의료 전용 헬기인 닥터헬기 도입이다. 응급 환자를 위해 도입을 늘려야 한다는 게 의료 현장의 의견이다. 동시에 재원이 부족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소방 관계자는 “대용량 방사포의 경우 대형 재난 때 효과가 크지만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탓에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며 “주요 권역별로 이 같은 대형 장비가 구축되면 인명 구조 등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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