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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율주행차 기술만큼 중요한 시험인증 인프라

조영태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 원장

시험인증, R&D부터 동시 진행할 때

자율주행 안전 미리 확인 오류 줄여

새 국제표준 대비 검증체계도 구축

제조사 기술개발 집중토록 지원해야

조영태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 원장




2002년 개봉한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를 보면 교통 체증도 없고 사고의 위험도 없이 운행 중 업무를 보거나 쉴 수 있는 자율주행차가 나온다. 20여 년 전만 해도 상상으로 만들어냈을 말 그대로 ‘꿈의 모빌리티’가 이제는 현실이 돼가고 있다.

벤츠·혼다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올해 3단계 자율주행차를 출시했고 4단계 상용화를 앞당기기 위해 연구개발(R&D)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도 독일·미국·일본 등 선도국 대비 기술 격차는 있지만 지속적으로 R&D에 도전하고 있다. 정부도 ‘2030 미래자동차 산업발전 전략’과 기술 개발, 고도화, 사업화, 인력 양성 등 각 분야에 대한 지원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러한 자율주행 기술 개발 및 인프라 구축과 더불어 글로벌 시장에서 선두를 차지하려면 중요한 한 가지가 더 있어야 한다. 바로 국제적으로 빠르게 변화하는 자율주행 표준에 대응해 기업의 최신 기술을 시험평가하고 인증까지 진행해 신속히 시장에 진출하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외국에서는 자율주행차의 운행 안전에 대해 시험평가하는 방법을 이미 본격화하고 있다. 사이버보안(2021년), 자율주행 운행 안전(2022년), 소프트웨어 업데이트(2023년) 등 자율주행차 관련 국제표준을 지속적으로 제정하고 있다.

자율주행차와 같은 첨단산업 분야일수록 시험인증은 제품이 개발된 후 진행되는 마지막 공정이 아니라 R&D 단계부터 동시에 진행돼야 한다. 시험인증기관이 제품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초기 단계부터 개발에 참여하면 제품의 안전성을 미리 확인해 오류를 줄일 수 있다.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KCL)이 국내 최대 배터리 시험인증 인프라를 갖추고 배터리 제조 기업들과 R&D 단계부터 협업해 기술 개발에 드는 시간과 노력을 줄이고 있는 것이 그 예라 하겠다.



시험·평가·인증 인프라를 통해 자율주행차 업계를 지원하려면 다양한 상황에 학습 및 대처 능력이 있는지에 대한 시뮬레이션 테스트를 제공해야 한다. 자율주행차의 사고는 주로 센서·인지 기능과 관련해 발생하는 만큼 충분히 검증되지 못한 자율주행차가 출시되면 안전에 큰 위협이 되기 때문이다.

수년 내 제정될 자율주행 관련 국제표준(ISO 5083)에 대응할 통합 검증 체계도 구축해야 할 것이다. 완성차와 자동차 부품에 대해 규정하고 있는 기존 기능안전(ISO 26262) 표준에 대해서는 국내 기업들이 오랜 기간 대응해 왔으나 자율주행과 관련한 새로운 표준에 대한 준비는 부족하다.

자율주행 핵심 부품 및 시스템 제조사들이 차량 사고의 책임 때문에 움츠러들지 않고 기술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도록 정확한 시험평가를 지원하는 것도 중요하다. 4단계 자율주행 수준은 운전자의 개입이 없는 완전 자율주행이므로 사고 시 제조물책임법(PL)의 적용을 받을 예정이다.

첨단 분야 신제품의 경우 해당 표준이 없어 인증을 받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시험인증기관이 표준을 함께 개발하면 제품의 우수성을 증명하는 것이 빨라질 뿐 아니라 글로벌 표준 선점도 가능해 지속적인 수요를 창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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