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집중호우로 강남역을 비롯한 도심 곳곳에 침수 피해를 입었던 서울시가 대심도 빗물배수시설 확충에 나섰지만 완공 예정 시기인 2027년까지 대책 공백이 우려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서범수 국민의힘 의원실이 서울시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서울의 하수관 전체 길이(차집관로·오수관로 등 제외) 중 79%인 7506㎞가 시간당 75mm를 처리하는 지선 관로로 설계돼 있다. 반면 시간당 95㎜를 처리할 수 있는 간선관로는 2012㎞로 21%에 그쳤다.
지난해 여름 수도권 집중호우의 강수량이 시간당 100㎜를 넘었고 전국적으로 폭우가 쏟아진 11일에도 서울 동작구·구로구의 시간당 강수량이 70㎜ 이상을 기록했다. 서울 대부분 지역의 하수관이 이상기후로 잦아지고 있는 ‘극한 호우’를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인 것이다.
침수를 막기 위해 빗물을 하천·강으로 퍼내는 시설인 빗물펌프장은 2012년부터 2020년까지 33곳의 신설 또는 증설이 이뤄졌다. 그 결과 현재 총 120곳 중 102곳이 시간당 95㎜까지의 강수량에 대응이 가능하다. 그러나 2018년 이후 신설이 멈췄고 2020년 금천구 시흥동의 박미빗물펌프장 1곳을 끝으로 2021년부터 올해까지는 증설이 이뤄지지 못한 실정이다. 서울시의 한 관계자는 “나머지 18곳에 대해 2020~2021년 실시한 타당성 용역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계획을 다시 수립해 2030년 증설 완료를 목표로 지난해부터 예산 확보 및 설계 등 준비 작업이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르면 내년부터 증설이 재개될 예정이지만 완료 전까지 공백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서울시는 시간당 100㎜ 이상의 강수량을 처리할 수 있는 대심도 빗물배수시설 건설 사업을 지난해 착수해 도림천·강남역·광화문 일대 3곳에 2027년 말까지 완공한다는 계획이다. 기획재정부와 총사업비에 대해 협의하고 있지만 추진 과정에서 일정이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다른 상습 침수 피해 지역인 사당역·한강로·길동 일대는 2단계 사업으로 2032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어 더 긴 기간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대심도 빗물배수시설과 같은 새 시설 또는 장비 확충만으로는 재해를 예방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기존 재난 대응 시스템 및 시설의 효과적인 활용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윤명오 서울시립대 재난과학과 교수는 “서울시가 계획하고 있는 새로운 시스템·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질 때까지 기존 시설들이 기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완공 후에는 다시 그때의 기후 상황에 맞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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