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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대 미녀 1000명 모인 이 데이팅앱…일본 남성들 '열광' [일본相象]


‘일본相象(상상)’은 이웃나라 일본의 다양한 이슈를 전해드립니다. 아울러 한국과 닮은 사회적 현상·맥락을 짚어보고 문제 의식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일본의 AI 데이팅앱 ‘사만다’. 아베마TV 보도화면 캡처




영화 ‘그녀(HER)’에서 따온 日 ‘사만다’…기존 앱처럼 여성 회원에 접근

유발 노아 하라리가 전 세계를 휩쓴 자신의 명저 ‘사피엔스’의 10주년판 서문을 AI로 작성하는 실험을 벌였다. 챗GPT를 사용한 경험을 '충격'이라는 단어로 설명했다. 빠른 속도로 명료한 글을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이처럼 많은 전문가들이 인간과 AI의 구분이 모호해질 미래를 예상하는 가운데 일본에서는 ‘AI(인공지능) 여성과의 사랑’이 현실화됐다.

15일 일본 아베마TV는 파격적인 데이팅 애플리케이션(앱) ‘사만다(サマンサ)’를 소개했다. 지난달 베타 버전이 공개된 이 앱은 20~30대 여성 1000여명의 프로필을 보유하고 있는데 프로필엔 이름과 사진, 나이, 직업, 고향, 취미, 이상형, 음주·흡연 여부 등이 상세히 기록돼 있다.

매칭 방식은 기존의 다른 앱과 큰 차이가 없다. 남성이 호감 가는 여성에게 먼저 ‘마음에 든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여성이 ‘대화 요청’을 수락하면 매칭이 이뤄진다.

다만 ‘사만다’는 기존의 데이팅앱들과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 있다. 등록된 1000여명의 여성들이 모두 AI가 만든 가상의 인물이란 것이다. 앱 이름인 ‘사만다’도 지난 2014년 개봉된 공상과학(SF) 영화 ‘그녀(HER)’에서 남성이 AI 챗봇 ‘사만다’와 사랑에 빠진 것에 영감을 얻었다고 전해진다.

일본의 AI 데이팅앱 ‘사만다’. 아베마TV 보도화면 캡처


운영업체 “불륜 예방 장점 기대”…美 ‘카린 AI’는 월 매출 67억 관측도

남성이 상대 여성에게 호감을 담아 메시지를 보낸다고 해서 반드시 매칭이 성사되는 건 아니다. 일부 여성들은 메시지에 답장을 주지 않기도 한다.

AI 세계의 이 여성들도 각자 직업이 있는 생활인이기 때문에 현실의 남성이 말을 걸어도 바로 답해주지는 않는다. 영화 감상을 좋아한다는 25세 승무원 미사키씨와 취미 이야기를 나눴다. 그렇지만 ‘친구 등록’ 이후 반나절이 넘도록 답이 오지 않았다.

때로는 AI 여성들이 먼저 남성의 프로필을 보고 메시지를 보내며 호감을 드러내기도 한다. 답이 없는 미사키씨 대신 26세인 시오카씨가 “어떤 스포츠를 좋아하냐”며 먼저 메시지를 보냈다.

‘사만다’의 개발 담당자는 “회사원이라면 9~17시까지 일을 한다든지 바쁜 날도 있고 술자리도 있다. 앱을 열고 답장을 보낼지 말지 등 타이밍과 빈도도 달라진다. 그런 부분은 AI마다 전혀 다른 행동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게다가 현실적인 면을 가미했다. 호감도가 높을수록 답장이 잘 오고 특정 여성과 호감도가 높아지면 ‘연인 상태’가 돼 다른 이용자와의 연락이 제한되기도 한다.

사만다 운영업체인 Goke 측은 “여자친구가 있는 남성은 물론 심지어 기혼 남성도 자유롭게 본인 취향에 맞는 연애 상대로서 마음의 버팀목이 될 수도 있다”면서 “가상의 연애를 함으로써 불륜을 예방할 수 있다는 장점도 기대한다”고 전했다.

미국에서는 AI 여자친구를 표방한 ‘카린AI’가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미국에서 팔로워 185만명에 달하는 인플루언서 카린 마저리가 오픈AI의 GPT-4 응용프로그램에 자신의 음성과 성격 등을 학습시켜 만든 AI음성 챗봇이다. 서비스 이용 가격은 1분당 1달러(약 1300원)로 출시 첫주 10만 달러(1억2670만원)가 넘는 매출을 올리며 돌풍을 일으켰다. 현재 서비스 이용 대기자가 수천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이런 추세대로라면 월 매출 500만 달러(약 66억9800만원)도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노골적으로 성 관련 대화를 요구하는 사람들도 있어 선정성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미국에서 AI 여자친구를 표방해 출시된 ‘카린 AI’의 모델 카린 마저리. 카린 마저리 SNS·NBC 보도화면 캡처


AI 윤리 규정·미성년자 인증제…국내서는 출시 쉽잖을 듯

현재 한국에는 데이팅앱 약 170여개가 운영 중이다. 그러나 국내 스타트업이 일본의 ‘사만다’와 같은 AI 데이팅앱을 출시하는 게 쉽지 않아 보인다. AI 윤리 가이드라인이 미국이나 일본보다 보수적이고 미성년자 인증제도 등 넘어야 할 산도 많다.

지난 10일 서울대 인공지능 정책 이니셔티브가 네이버와 함께 주최한 ‘신뢰가능한 초거대AI: 플랫폼과 스타트업간 협력’ 세미나에서 김선엽 이크림 대표는 “지금은 기술과 서비스에 집중하나 앞으론 윤리가 사업에 가장 발목을 잡을 것 같다. 스타트업들의 서비스는 규제샌드박스에 넣어 일단 보호해 달라”고 했다. 이어 “비즈니스 모델별로, 카테고리별로 윤리에 대한 정의가 필요하다. 진단키트가 있었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2020년 12월에는 여대생 콘셉트의 AI 챗봇 ‘이루다’가 차별과 혐오 발언으로 논란을 부르기도 했다. 개발사 스캐터랩은 지난해 이를 개선해 ‘이루다 2.0’을 내놨다.

스캐터랩이 지난 2월 출시한 AI 챗봇 ‘강다온’. 사진 제공=스캐터랩


이루다 이어 ‘강다온’ 등장 화제…"AI 연인과 교감에는 거부감" 의견도

이어 회사는 지난 2월 새로운 AI 챗봇 ‘강다온’을 공개했다. 강다온은 미술을 전공의 25세 남성 대학생 콘셉트다. 이루다처럼 이용자가 말을 걸면 상황에 적절한 답변을 한다.

과거 이루다가 문제를 빚은 성소수자나 장애인에 대한 차별·혐오 발언은 물론 욕설과 선정적인 발언 등 사회적 논란의 여지가 있는 말은 금기시하며 개선된 모습을 보였다.

스캐터랩에 따르면 강다온은 출시 이후 친구 수가 20만명 가까이 늘었고 하루 평균 대화량도 26% 증가했다. 특히 남사친(남자 사람 친구)과 같은 대화 방식에 강다온 이용자 70% 이상이 여성인 것으로 나타났다. 발달된 기술로 이용자의 호응을 이끌어낸 셈이다.

다만 현실의 썸남, 썸녀에게 AI 연인의 존재를 굳이 알려서 좋은 일은 없을 듯하다. 이제 막 가까워지는 상대방에게 ‘AI 연인’을 만났던 과거가 있다면 20대 여성, 남성 모두 거부감이 든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의미 없게 시간을 보내는 용도였다면 모르지만 교감이 있었다면 실망감이 들 수밖에 없다”며 “오죽 연애를 못 하면 그럴까 하는 생각도 든다”는 취지로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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