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서훈(69)·박지원(81) 전 국가정보원장의 재임 당시 유관기관 특혜 채용 의혹을 받는 당사자 3명을 모두 불러 조사한 것으로 19일 확인됐다. 경찰은 두 전직 국정원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했으며 이들에 대해서는 법리 검토를 거쳐 조만간 송치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는 서 전 원장 재임 시절 국가안보전략연구원(전략연)에 연구기획실장으로 채용된 조 모 씨와 박 전 원장 당시 전략연에 연구위원으로 입사한 강 모 씨·박 모 씨 등 3명을 지난달 각각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했다. 서 전 원장은 지난달 10일에, 박 전 원장은 이달 1일에 각각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에 출석해 조사받았다.
서 전 원장은 2017년 8월 문재인 대선 캠프 출신 조 씨를 채용기준에 미달하는 데도 채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박 전 원장 시절 입사한 강 씨와 박 씨는 추천·서류심사·면접 등 절차를 밟지 않고 채용됐다는 의혹이다. 경찰은 박 전 원장이 자신의 보좌진 등으로 일한 이들의 채용에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경찰은 서 전 원장과 박 전 원장이 이들의 채용을 직접 지시했는지, 채용 조건이나 내부 규정을 바꿨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경찰은 가급적 추가 조사 없이 지금까지 확보한 증거물과 참고인·피의자 진술 내용을 토대로 신병 처리 여부 등을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국정원은 자체 감사를 통해 조 씨 등 채용 과정에서 의심스러운 정황을 발견하고 올해 초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경찰은 지난 5월 국정원과 두 전직 원장의 자택 등지를 압수수색하며 수사에 착수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차례로 국정원장을 지낸 두 사람은 2020년 9월 발생한 이른바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을 은폐한 혐의로 함께 기소됐다. 서 전 원장은 2019년 11월 귀순 의사를 밝힌 탈북 어민 2명을 강제로 북한에 돌려보내도록 시킨 혐의로도 재판을 받고 있다.
전략연에서 부원장까지 지낸 조 씨는 개인비리 혐의로도 수사받고 있다. 2020년 10월부터 이듬해 12월까지 전략연 소유 사무실을 사적으로 사용해 전략연에 임대 수입만큼 손해를 끼치고 자금을 유용한 혐의(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로 지난달 9일 검찰에 넘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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