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경색으로 쓰러진 뒤 휠체어에 의존해 온 아내를 약 40년 간 돌보다 바다에 빠트려 숨지게 한 80대 남편이 징역형을 선고 받았다.
지난 18일 NHK 보도에 따르면 이날 일본 요코하마 지방법원은 지난해 11월 2일 "아들과 바닷가에서 만나기로 했다"고 아내 후지와라 데루코(79)를 속여 바다로 데리고 나간 뒤 바다에 빠트려 살해한 후지와라 히로시(82)에게 징역 3년의 징역형을 선고했다.
후지와라는 재판에서 "아내를 따라 바다에 뛰어들어 죽겠다는 생각도 했었지만, 유서도 쓰지 않았고, 아들들에게 폐를 끼칠 것으로 생각돼 함께 죽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이어 그는 "1982년 당시 나는 슈퍼 직원으로, 한 달에 열흘 정도는 출장으로 집을 비워야 했다. 아내 데루코가 뇌경색으로 쓰러졌던 날도 집에 없었다. 의사로부터 (뇌경색)전조 증상이 있었을 텐데 미리 깨닫지 못한 것은 당신 잘못이라는 질책을 받았고, 그래서 가능한 한 혼자 힘으로 아내를 돌보겠다고 결심했다"고 했다.
이 부부는 별 문제 없이 잘 지내왔으나, 지난해 6월 데루코의 신체 기능이 급격히 떨어져 혼자 힘으로 휠체어에 타고 내리는 것이 어려워지면서 어려움을 겪게 됐다. 후지와라의 체력도 저하돼 생활이 힘겨워지자 부부가 함께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것도 고려한 것으로 나타났다.
후지와라는 "지난해 8월부터 그만 사라지는 것이 아들들에게도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요양시설에 들어갈 경우 비용을 대느라 아이들을 힘들게 만들 것을 걱정했다. 40년 간 모든 집안일을 포함해 혼자 힘으로 아내를 돌봐왔는데 이제 와서 자식들을 번거롭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자식들에게 본심을 털어놓고 상담하지 않은 것은 후회하고 있다"고 했다.
재판부는 "피고가 오랜 세월 아내를 헌신적으로 돌본 점은 고려돼야 하지만, 피고가 주위의 지원을 거절한 채 혼자 아내를 돌봐야 한다고 고집을 부렸다는 점에서 오랜 돌봄에 지쳐 아내를 살해했다고 볼 수는 없다"며 "게다가 숨진 아내는 끝까지 살고 싶었을 것이란 점에 비춰볼 때 살해 동기가 이기적이고 악질적이어서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한편 이 사건을 계기로 일본에서 초고령 사회 속 노인 돌봄 문제를 둘러싸고 논란이 확산했다. 일각에서는 노인을 돌보는 가정에 대한 사회적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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