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견학하던 중 월북한 주한미군 트래비스 킹(23) 이등병이 악화한 북미 관계의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고 로이터통신 등 외신이 19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은 전날 브리핑에서 “우리 군인 중 한 명이 (JSA을) 견학하던 중 고의로 허가 없이 군사분계선을 넘었다”며 자발적인 월북 사실을 공식 확인했다. 오스틴 장관은 “우리는 북한이 그의 신병을 확보한 것으로 보고 있다”며 그의 가족에게 월북 사실을 전했으며 상황을 면밀히 감시 및 조사 중이라고 덧붙였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도 전날 조 바이든 대통령이 월북 소식을 보고 받고 예의 주시 중이라면서 국방부, 국무부와 유엔군사령부 등이 함께 일하고 있으며 북한군 카운터파트와 접촉한 상태라고 전했다. 킹 이등병은 한국에서 폭행 혐의로 약 두 달 간 구금됐다가 지난 10일 미국으로 호송될 예정이었지만 공항에서 무단 이탈해 민간 여행사의 JSA 견학에 참여했다가 갑자기 웃더니 뛰어서 월북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워싱턴포스트(WP)는 “5년 만에 북한 내 미국인 억류 사태는 가뜩이나 긴장된 북미 관계가 지속되던 중에 벌어진 외교적 비상상황”이라고 평가했다. 과거 북한 내 미국인 석방 문제를 놓고 전·현직 당국자들이 방북한 사례가 있기 때문에 추후 미국이 킹 이등병의 송환을 요구할 경우 잇단 군사적 도발로 관계가 얼어붙은 북한과 대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CNN은 “군인이자 미국인인 그의 신분이 북한에 잠재적으로 강력한 협상카드를 제공한다”며 그가 선전 목적으로 이용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치전문매체 더힐도 “북한은 과거에도 억류된 미국인을 이용해 대북 제재 완화 요구에서부터 국제적인 지위 인정을 받는 상징적인 움직임까지 미국으로부터 여러 양보들을 이끌어냈다”고 분석했다.
다만 월북의 고의성이 명백한만큼 킹 이등병이 망명을 선택할 경우 미국의 대응이 제한적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더힐은 “미 당국자들이 월북의 고의성을 빠르게 선언함에 따라 미국 정부가 이번 사건을 어떻게 규정할지는 불분명하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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