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거침없는 행보를 이어가는 더불어민주당 내 모임이 있다. ‘글로벌 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의원 모임’이다. 정책위원회 수석부의장 출신인 김병욱·유동수·송기헌 의원 세 사람이 출범시킨 이 모임은 세 달 만에 회원이 24명으로 늘었다. 특히 민주당에 오랫동안 씌워진 ‘반(反)기업 정당’ 이미지 벗어던지기를 시도하고 있어 토론회만 열면 언론의 뜨거운 관심을 이끌어 내고 있다.
첫 모임에 삼성과 전국경제인연합회를 초청해 오너 경영을 재조명하는 토론회를 열어 당내 반발이 빗발치기도 했다. 모임에 소속된 한 의원실 관계자는 “왜 굳이 이런 토론회를 여냐” “전경련을 꼭 불렀어야 했냐” 등의 쓴소리가 쏟아졌다고 전했다. 그래도 굴하지 않았다. ‘반기업 탈피’ 2탄으로는 대한상공회의소 7대 기업 임원단을 초청해 ‘대기업 차별 규제 혁신’을 논의했다. 18일에는 LG에너지솔루션과 함께 배터리 산업 성과를 조망하며 꿋꿋한 행보를 보이는 중이다.
민주당 내에서 낡은 반기업적 정서를 전환하려는 물결이 이는 것은 환영할 일이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만큼 정책 노선을 재정립하기에도 좋은 시기다. 이제는 이런 이념적 사고를 버리고 시대의 흐름에 따라 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돕겠다는 기조가 필요하다. 하지만 민주당 강령에는 ‘재벌 개혁을 추진한다’는 문구가 여전히 남아 있다.
다행히 희망적인 점은 박광온 원내대표가 해당 모임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대목이다. 박 원내대표는 대한상의와의 간담회에 참석해 끝까지 자리를 지키기도 했다. 축사에서는 “시장경제가 엄혹한 상황에서 글로벌 기업의 지원에 무게중심을 두는 게 반갑고 고맙다”며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박 원내대표는 민주당의 개혁에 앞장서 성공 사례를 만든 경험이 있다. 민주당이 2013년 당 상징 색깔을 파란색으로 바꿀 때 주도한 게 박 원내대표였다. 변화에 대한 두려움과 반발 속에서 홍보위원장을 맡았던 그가 한 달간 파란색 현수막을 걸어 효과를 증명해 보였다. 박 원내대표와 이 모임이 단초가 돼 민주당이 반기업적 노선 탈피 물결에 올라설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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