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대구시장이 당의 징계 개시 결정을 하루 앞둔 19일 ‘폭우 속 골프’ 논란에 대해 사과했다. 국민의힘이 이례적으로 빠르게 징계 절차에 착수하는 등 중징계 분위기가 조성되자 몸을 낮춰 징계 수위 결정에 참작을 받아보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홍 시장은 이날 대구시청 동인청사에 기자 간담회를 열고 “전국적 수해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골프를 친 것이 부적절했다는 지적을 겸허하게 받아들인다”며 “수해로 상처를 입은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사과한다”고 머리를 숙였다.
홍 시장은 전국적으로 폭우가 내린 15일 골프 라운딩을 해 구설에 올랐지만 이후에도 당당한 태도를 견지해왔다. 그랬던 홍 시장이 돌연 입장을 선회한 배경에는 당 중앙윤리위원회의 징계 수위를 낮춰보려는 계산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당내 질타가 쏟아지는 가운데 전일 윤리위가 직권으로 홍 시장을 징계 논의 대상에 회부하는 등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홍 시장의 사과가 참작은 되겠지만 당내에는 여전히 중징계를 예상하는 시각이 우세하다. 국민의힘 윤리 강령에 ‘자연 재해 속 골프 금지’가 명문화돼 있는 데다 솜방망이 처벌에 그칠 경우 모든 화살이 당에 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또 2006년 홍문종 당시 한나라당 경기도당위원장은 현역 의원이 아님에도 폭우 골프로 ‘제명’ 처분을 받는 등 재해 관련 사안에는 엄정 대응해왔다. 여당의 한 초선 의원은 총선이 8개월 남은 상황을 언급하며 “최소 당원권 정지 이상의 중징계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윤리위는 20일 회의를 열어 홍 시장의 징계 절차 개시 여부를 논의한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홍 시장은 ‘재난 대응 매뉴얼에 위배되는 일은 없었다’고 하는데 윤리위는 명예 실추 등 윤리 강령을 기준으로 판단한다”며 “소명 절차를 거쳐야 해 20일에 징계 수위가 확정되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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