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로 넘친 하천 물이 청주 오송 지하차도를 삼킬 당시, 재난안전대책본부장인 김영환 도지사는 사고 상황을 보고 받고도 다른 현장을 찾은 것으로 확인됐다. 사고 피해나 심각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이다.
19일 충북도는 브리핑을 통해 지난 15일 오송 궁평2지하차도 사고 당시 김 지사가 사고 관련 첫 보고를 받은 건 침수 발생 약 1시간 뒤인 오전 9시 44분이라고 밝혔다.
박준규 도 재난안전실장은 “당시 지하차도 사고 관련해서 정확한 사고 내용은 파악되지 않은 상황이었고, 괴산댐 월류와 붕괴 우려로 긴급 재난상황 대책회의를 막 마친 시점이었다”면서 “김 지사는 괴산댐 상황이 더 심각하다고 판단해 오전 10시께 괴산으로 향했고, 오송 지하차도 사고 현장에는 이우종 행정부지사가 나갔다”고 밝혔다.
괴산에 도착한 김 지사가 괴산댐과 주민들이 대피해 있는 칠성면주민센터를 점검하고 오송으로 향한 건 오전 11시 20분께다. 김 지사는 오송으로 향하던 도중 옥산 지역 농작물 침수 피해 현장을 들르기도 했다.
이 무렵이면 지하차도 사고 현장에 있는 당국 관계자들과 언론사 등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시점이지만, 이때까지도 김 지사는 지하차도 사고의 심각성을 알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김 지사는 오후 1시 20분이 돼서야 오송 사고 현장에 도착했다. 400m 가량의 지하터널에 물이 가득 차 차량 10여대가 갇혔는데도 재난 총책임자인 도지사는 사고 현장이 아니라, 농작물 침수 현장으로 향할 만큼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앞서 충북도는 사고 발생 전인 오전 6시 31분과 38분, 7시 2분 총 3차례에 걸쳐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으로부터 미호천교 범람 위험을 알리는 전화를 받고도 도로관리사업소 등 관계 부서와 공유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박 실장은 “업무상 모든 부분을 보고하지는 않는다. 관련 부서장들이 전결권을 가지고 자체 처리할 것은 하고, 보고할 것은 보고하는 것”이라며 “당시 상황 공유가 어떻게 이뤄졌는지 정확한 내용을 파악 중”이라고 전했다.
도청의 재난관리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으면서 지난 15일 오전 8시 40께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는 모두 14명이 숨지고 10명이 다쳤다. 인근 미호강 제방이 터지면서 유입된 하천수로 시내버스 등 차량 17대가 완전 침수된 탓이다.
청주시 재난·재해 상황을 지휘하는 이범석 시장 역시 오송 사고 관련 첫 보고를 김 지사와 비슷한 시각에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청주시는 “비서실장이 오전 9시 40분께 이 시장에게 현장 상황을 처음 보고했다”고 밝혔다.
현장에는 신병대 부시장이 오전 10시 40분께 먼저 찾았다. 당시 이 시장은 신봉동과 모충동 침수지역에서 현장지휘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오후 1시 50분께 신 부시장이 이 시장에게 인명피해 발생을 보고했고, 이 시장은 오후 2시 40분이 돼서야 현장에 도착한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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