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 담임교사가 극단적 선택을 한 가운데 해당 학교가 방학을 하루 앞당기는 찬반 의견 조사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20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문제가 된 학교의 '긴급 학사일정 변경에 대한 찬반 의견 조사'라는 제목의 통신문 사진이 올라왔다. 오는 21일로 예정된 여름 방학식을 이날로 앞당기고자 한다는 내용의 글이다. 학교 측은 "20일 오후 2시까지 e알리미로 회신해 주시길 바란다"고 밝혔다.
해당 통신문은 다양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급속도로 퍼졌다. 이를 본 네티즌들은 "오늘 방학식도 안 했을 거면서 도둑 방학이다", "학교가 정말 미쳤다", "도망치는 것이냐", "무책임하다", 등 학교 측의 태도를 비판하는 댓글을 남겼다.
반면 진상 조사와는 별개로 이 학교 교사와 학생들의 심리 상태를 걱정해 방학을 앞당기는 것이 낫다고 보는 의견도 다수 있었다. 이들은 "남아있는 교사와 아이들도 힘들 거다. 방학한다고 진상조사 못하는 건 아니지 않냐", "내가 저 학교 교사라도 오늘 하루 너무 힘들었을 것 같다", "출근해서 애들 보기도 너무 힘들 것 같다" 등의 견해였다.
전날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이 초등학교의 1학년 담임교사 A(23)씨가 교실에서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이 교사는 임용된 지 4개월 밖에 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고인이 학교폭력 업무를 맡았다는 말이 있었으나 이 학교의 권모 교장은 공식입장문을 통해 "고인은 학교 폭력이 아닌 나이스 권한 관리를 맡고 있었으며 학급 내에 학교폭력 신고도 없었다"고 해명했다.
아울러 "돌아가신 선생님은 지난해 3월 임용된 신규교사였지만 맡은 바 임무에 대해 열정을 보여줬고 학생에 대한 사랑과 책임감 강한 모습으로 늘 웃으며 열심히 근무했다"며 "무리한 억측과 기사, 댓글 등으로 어린 학생들이 상처받지 않고 교사의 명예가 실추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학교 공식 홈페이지 게시판에 교사 죽음과 관련한 항의글이 다수 게재되자 “건전한 운영을 위해 잠정 운영 중단한다”며 게시판을 닫아 버렸다.
하지만 온라인상에서는 학교가 낸 입장문에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의견이 다수다. 네티즌들은 ‘본인이 희망한 업무’라는 표현을 두고 “1, 2, 3지망을 적는데 다 떨어지고 3지망이 된 것이어도 ‘희망한 업무’라고 하느냐”며 “학교가 사건을 묻으려고 발 빼는 게 보인다”고 비판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으면 자살 예방 핫라인 ☎1577 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 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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