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달러를 팔고 고금리의 신흥국 통화와 자산을 사들이는 ‘달러캐리 트레이드’가 본격화하고 있다.
금리와 경제 전망이 상대적으로 예측 가능한 일본에서 해외 기업들이 사무라이본드(엔화 표시 채권) 발행 러시에 나서는가 하면 전기자동차 등 미래산업에 쓰일 원자재 매장량이 풍부한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기업공개(IPO) 시장에도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 미국 금리 인상 종료 시기와 맞물려 ‘글로벌 머니무브’가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20일 외신과 경제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달러를 빌린 후 이를 통해 고금리 국가에 투자하는 달러캐리 트레이드가 거세지고 있다. 보통 캐리 트레이드는 오랜 기간 초저금리를 유지하는 일본에서 싼 값에 엔화를 빌려 높은 금리를 주는 나라에 투자하는 ‘엔캐리 트레이드’가 유명했다. 미국의 경우 기준금리가 5.0~5.25%로 역사적으로 높은 수준이지만 금리 인상의 종착역에 다가섰고 달러 가치도 하락할 것으로 보이자 달러를 빌려 10% 이상의 높은 기준금리를 내세우고 있는 신흥국 자산을 사들이는 공격적인 흐름이 나타나는 것이다.
대표적인 투자처는 멕시코다. 기준금리가 11%(3개월 기준)에 달하는 멕시코 페소화에 투자자들이 몰리며 올 들어 달러 대비 약 17%나 가치가 급등했다. 7년 반 만에 최고다. 미국이 중국에 대한 공급망 의존도를 줄이면서 멕시코의 지정학적 강점이 재조명되는 점도 외국투자가들이 멕시코로 달려가는 이유다.
일본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해외 기업의 2분기 사무라이본드 발행 규모는 약 8500억 엔(7조 7000억 원)으로 4년 만에 최대를 기록했다.
20일 일본 재무성은 6월 무역수지가 430억 엔 흑자를 기록해 23개월 만에 적자의 늪을 탈출했다고 전했다. 중국 경제가 장기 침체에 빠져들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는 가운데 미국·유럽보다는 성장세가 뚜렷한 일본이 채권 발행처로 부상하는 것이다.
글로벌 자금은 인도네시아 등 원자재 부국으로도 쏠리고 있다. 상반기 동남아의 IPO 조달액은 41억 달러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보다 80%나 급증했다. 전기차 배터리 주원료인 니켈·구리 등의 주산지 인도네시아가 전체 79건 중 41건, 21억 3000만 달러를 조달해 독보적인 1위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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