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20일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헌법에 어긋나지 않다고 판단하면서 정치권의 시선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낳은 괴물이라는 지적을 받는 ‘위성정당’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에 쏠린다. 여야 모두 위성정당의 폐해에는 동의하지만 방법론을 두고는 의견이 엇갈리는 모습이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처음 적용된 2020년 제21대 총선을 앞두고 거대 양당은 잇따라 위성정당을 만들었다. 당시 야당이던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이 ‘미래한국당’을 만들자 더불어민주당도 ‘더불어시민당’을 창당하며 맞불을 놓았다. 이들 위성정당에 높은 순번의 기호를 주기 위한 현역 의원 빌려주기도 서슴지 않았다.
이들은 정당이 지역구에서 얻은 의석이 전국 정당 득표율에 못 미치면 그 차이만큼 비례대표 의석을 배분해 의석을 보장한다는 제도를 악용했다. 위성정당은 지역구 의원을 내지 않아 정당 투표에서 얻은 득표율을 온전히 의석으로 확보할 수 있었다. 이러한 문제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되기 전부터 지적됐던 만큼 부작용을 가능성을 알고도 “국민들께서 판단하실 것”이라며 제도 도입에 동의한 정의당에도 비난이 쏟아졌다.
문제는 이처럼 위성정당 폐해를 없애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음에도 국회 선거제도 개편 논의는 좀처럼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내년에 치러질 제22대 총선 선거제도를 정할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1년째 가동되고 있지만 성과는 미미하다. 선거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선거구 획정 법정 시한(4월 10일)은 이미 넘긴 지 오래다.
헌정사 최초로 선거법 논의를 위한 전원위원회를 소집하고 500명의 시민들이 참여해 공론화 과정까지 밟았음에도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김진표 국회의장이 이달 15일까지 선거제 협상을 끝내오라고 촉구했음에도 여야는 이마저도 지키지 않았다.
여야 간 입장 차가 명확한 것도 협상이 지지부진한 이유 중 하나다. 국민의힘은 위성정당 문제가 있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폐지하고 과거처럼 전국 병립형 비례대표제를 부활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제20대 국회까지 시행했던 지역구 후보와 비례대표 후보를 따로 뽑는 방식이다.
반면 민주당에서는 표의 비례성을 높여 유권사의 사표(死票)를 최소화하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취지를 살리면서 위성정당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나아가 고질적인 지역감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도농복합형 중대선거구제 도입도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이른바 ‘위성정당방지법’도 꾸준히 발의되고 있지만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평가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민주당의 강민정·박성준·민형배, 정의당의 심상정 의원 등이 위성정당 방지 법안을 제출했다. 주로 ‘지역구 후보를 내지 않은 정당은 비례대표 후보를 내지 못한다’는 수준의 내용이라 허점은 남아 있다는 지적이다. 과거 열린민주당과 같은 ‘유사 위성정당’ 문제도 풀어야 할 과제다.
정치권의 위성정당 폐지 논의가 지지부진하자 원로들은 쓴 소리를 쏟아냈다. 유인태 전 국회사무총장은 전날(19일) “적어도 민주당이 (미래통합당과) 같이 위성정당을 만든 것은 천벌 받을 짓”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남은 과제가 여야가 합리적으로 합의를 잘하는 것”이라며 “비례대표제에 대한 전문가와 국민 간 인식 차이도 해소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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