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7개의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를 지정하고 2042년까지 총 614조 원의 민간투자를 뒷받침하기로 했다. 반도체 2곳(용인·평택, 구미), 2차전지 4곳(청주, 포항, 새만금, 울산), 디스플레이 1곳(천안·아산) 등의 특화단지가 지정됐다. 세계 최대 메가 반도체 클러스터인 용인·평택단지의 민간투자 금액은 562조 원에 이른다. 정부는 민간투자가 조기에 이뤄질 수 있도록 인허가 신속 처리, 킬러 규제 혁파, 세제·예산 지원, 용적률 완화, 전력·용수 등 기반시설 구축 등 맞춤형 패키지로 지원하기로 했다.
특화단지 계획은 우리 경제의 명운이 걸린 초격차 유지를 위한 혁신 생태계 조성이라는 측면에서 환영할 만하다. 최근 반도체·2차전지 등 첨단 전략산업에 대한 주요국의 지원 경쟁은 국가 대항전을 방불케 할 정도다. 4차 산업혁명 시대 도래에 미중 패권 전쟁의 여파로 첨단 기술 확보는 미래 경쟁력과 국가 안보를 좌우하는 사활적 과제로 등장했다. 반도체 분야에서는 미국·중국·일본·대만·유럽연합(EU) 등이 보조금 지급, 세제 혜택, 부지 무상 제공 등 파격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 또 공급망 재편 속에서 반도체 동맹 강화를 위해 각국 정상들이 직접 나서 외교력을 총동원하고 있다.
글로벌 기술 패권 전쟁은 단거리 경주처럼 시간과의 싸움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정부의 전방위 지원 약속에도 지역 이기주의, 규제 사슬 등에 막혀 귀중한 시간을 허비하는 경우가 많았다. 앞서 SK하이닉스의 용인 클러스터는 공업용수 문제로 착공이 16개월이나 지연됐다. 전략산업의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정부와 지자체가 특화단지 조성 지원 계획을 속도감 있게 실천해야 한다. 2030년쯤 가동 목표인 용인 반도체 산업단지의 경우 2042년 하루 65만 톤의 물이 필요하다. 예상 전력 수요는 7GW 이상으로 지난해 말 수도권 전력 수요 39.9GW의 17.5%에 이른다. 정부와 지자체의 전폭적인 지원이 없으면 용수와 전력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정부는 규제 혁파와 인재 양성, 기업 애로 해소, 외교력 지원 등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고 기업들은 대규모 투자로 화답해야 할 것이다. 산학연정(産學硏政)이 ‘원팀’이 돼 총력전을 펴야 글로벌 기술 경쟁에서 도태되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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