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기업인 대만 TSMC가 전문 인력 부족을 이유로 미국 애리조나 공장 가동 시기를 당초 2024년에서 2025년으로 1년 연기하기로 했다. 미국 반도체지원법의 혜택을 받기 위해 삼성전자·마이크론·인텔 등 글로벌 기업들이 미국 공장 건설에 속도를 내고 있어 인력 확충 문제는 장기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조 바이든 행정부의 ‘메이드 인 아메리카’ 정책의 핵심 파트너인 TSMC마저 일손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이 같은 현상은 다른 기업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마크 류 TSMC 회장은 20일(현지 시간) 2분기 실적 발표에서 가동 일정 연기를 알린 뒤 “숙련 노동자 부족으로 애리조나 공장 건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당초 일정에 맞춰 현지에 첨단 장비를 설치할 수 있는 인력이 충분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만에서 전문 엔지니어들을 파견해 현지 근로자들을 훈련시키면서 첨단 장비 설치 속도를 높이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2021년 애리조나 공장 건설을 시작한 TSMC는 당초 2024년부터 1기 공정 시설의 가동을 시작해 5㎚(나노미터·10억분의 1m) 칩을 생산하고 2기 공정 시설은 2026년에 가동할 예정이었다. 특히 2기 공정 시설은 애플 신제품에 들어갈 3나노 칩을 만들 것으로 전망된 만큼 애플의 차기 생산 계획도 연쇄적으로 차질을 빚게 됐다. TSMC의 총투자 규모는 당초 120억 달러에서 400억 달러로 3배 이상 확대됐다.
반도체 전문 인력 부족은 미국 반도체 산업의 ‘아킬레스건’이다. 반도체 공급망 강화를 위해 삼성전자·TSMC 등 글로벌 기업들을 대거 유치하고 있지만 전문 인력이 부족해 정작 기업들이 공장 가동에 차질을 빚는 상황이 빚어지고 있다.
미 상무부는 매년 10만 명의 반도체 인력이 부족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날 백악관이 “반도체지원법을 통해 필요한 인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는 입장을 바로 내놓은 것은 이 같은 문제점을 직시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