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대통령의 헌법상 고유 권한인 대법원장·헌법재판소장 임명권을 제한하는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최기상 민주당 의원은 20일 국회에서 ‘대통령의 일방적인 대법원장·헌재소장 지명 문제’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 자리에서 “법관이나 대법관 추천위원회는 있는데 대법원장은 추천위원회 절차가 아예 없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대통령의 선의에 기대하는 과거 방식이 결코 국민들의 공익을 지켜주지 못한다는 경험이 있다”면서 제도 보완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그러나 다수 의석을 갖고도 현행 법 체계에 따라 김명수 대법원장과 유남석 헌법재판소장을 대통령이 임명하게 한 민주당이 할 말은 아니다. 토론회에서 “문재인 정부에서는 이런 법안을 발의하지 않고 정권 교체 이후 발의하는 것은 순수한 의도가 아니라는 의혹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 이유다.
민주당은 문 정부 당시 아무런 문제를 제기하지 않더니 정권을 잃고 ‘룰 변경’을 시도하고 있다. 이를 주도하는 최 의원은 진보 좌파 성향의 판사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출신으로 7일 헌재소장 후보추천위원회 신설을 위한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에는 후보추천위원회가 3명 이상의 헌재소장 후보들을 선정하고 이 가운데 대통령이 후보자를 지명한 후 국회 동의를 얻도록 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3월에는 최 의원을 포함한 민주당 의원 44명이 대법원장 후보를 대법원장 후보추천위원회에서 정하도록 하는 내용의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민주당이 9월과 11월 대법원장과 헌재소장 교체를 앞두고 이런 토론회를 개최한 것도 얄팍한 정치적 술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대통령의 대법원장·헌재소장 임명권은 헌법 제104조 1항과 제111조 4항이 못박은 권한이다. 168석을 가진 거대 야당은 검찰의 칼끝을 무디게 하려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과 감사원의 전(前) 정권 감사를 막으려는 ‘감사완박’ 입법도 모자라 헌법상 대통령 권한까지 봉쇄하려 하고 있다. 정파적 이익에 매몰된 입법 폭주를 하라고 국민들이 압도적 과반 의석을 준 것이 아니라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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