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변호사협회(변협)의 징계 처분이 부당하다며 법률서비스 플랫폼 ‘로톡’에 가입한 변호사들이 낸 이의제기에 대한 법무부의 판단이 또 다시 미뤄졌다. 이의제기 신청이 접수된 지 7개월 만에 열린 심의에서 조차 법무부가 판단을 보류하면서 로톡은 존폐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이를 두고 법조계에선 ‘제2의 타다’ 사태로 귀결될 것이란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법무부는 지난 20일 변호사 징계위원회를 열고 로톡 가입 변호사 123명이 낸 변협 징계의 적절성을 두고 심의를 진행했다. 이날 징계위 논의는 장시간 이어졌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마무리됐다. 지난해 12월 로톡 가입 변호사들이 이의제기를 신청한 지 7개월 만이다. 법무부는 “사안의 중대성, 사회적 관심 등을 고려해 징계위는 객관적이고 공정한 심의를 진행할 것”이라며 “근시일 내 위원회를 속행해 심의를 재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날 심의에 참여한 양측은 사설 법률서비스 플랫폼의 불법성 여부를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상 변호사 징계가 아닌 로톡의 위법 여부를 판단하는 자리였다는 평가다.
앞서 변협은 2021년 5월 법률 서비스 플랫폼 이용 규제를 골자로 내부 광고규정을 개정했다. 이를 기반으로 변협은 로톡에 가입한 변호사들을 상대로 무더기 징계에 나섰다. 해당 변호사들은 변협의 징계 처분이 부당하다며 지난해 12월 법무부에 이의신청을 냈다. 법무부는 징계위 심의 결과를 바탕으로 지난 3월 변협 징계의 적절성 여부에 대한 최종 결론을 내놓을 예정이었다. 통상 법무부 징계위는 규정에 따라 이의신청 접수 3개월 안에 결론을 내려야 하지만 법무부는 ‘사안의 중대성’ 등을 이유로 기한을 한 차례 연장했고, 지난 6월에 다시 한 차례 연기하면서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었다.
사건의 발단은 8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서울지방변호사회는 2015년 3월 로톡을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지만 무혐의로 결론 내려지자 이듬해 9월 변협이 로톡 등 법률서비스 플랫폼 4곳을 검찰에 고발했다. 이 역시 불기소 처분이 내려졌다. 이후에도 변협의 변호사 업무 광고규정 개정에 맞서 로톡은 헌법소원을 냈고,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5월 일부 위헌 결정을 내렸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월 변협과 서울변회가 변호사들의 로톡 서비스 이용을 금지한 행위는 위법이라며 시정명령과 함께 각각 1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도 했다.
그러나 변협이 로톡 가입 변호사들에 대한 징계를 강행하면서 양측의 갈등은 계속되고 있다. 검찰과 헌재, 공정위 판단에도 변호사 업무 광고규정 위반이란 법적 리스크를 완전히 해소하지 못하면서 로톡은 가입 변호사 수가 절반 이상 감소하는 등 운영에 심각한 차질을 겪고 있다. 특히, 법무부가 판단을 미루면서 변호사들 사이에 징계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퍼져 로톡의 피해가 더욱 커지고 있다.
이를 두고 법조계에선 법무부 판단과 관계없이 로톡을 상대로 한 변협의 법적 대응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양측 갈등이 장기화할수록 로톡에 불리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노려 시장에서 퇴출되도록 만드는 ‘고사 작전’에 들어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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