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구입한 지 한 달 정도 지난 세탁기의 유리문이 저절로 깨지며 산산조각 나는 사고가 발생했다. 심지어 세탁기가 작동 중인 상태도 아니었는데도 이런 사고가 난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에 사는 A씨는 지난 19일 오전 방에서 쉬던 중 '펑'하며 유리가 깨지는 소리를 들었다.
집안 곳곳을 둘러봐도 깨진 물건을 찾지 못했던 A씨는 다른 집에서 난 소리인 줄 알고 지나쳤고 이후 빨래를 하려고 다용도실에 나갔다가 깜짝 놀랐다. 세탁기의 문 안쪽 강화유리가 깨져 산산조각 나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세탁기의 전원은 꺼져있었다고 한다.
A씨는 "작동하지도 않은 세탁기 유리문이 이렇게 산산조각 날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 못 했다"면서 "당시 근처에 누군가 있었다면 다칠 뻔했다"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유리문이 깨진 제품은 세탁기 위에 건조기가 일체형으로 붙어있는 LG전자의 '워시타워'로 지난 6월 13일 배송받은 것이었다.
사고 다음 날인 20일 A씨의 집을 방문한 LG전자 서비스센터 측은 유리문이 깨진 세탁기를 새 제품으로 교환해주기로 했다.
회사 측은 아무런 충격이 없는 상태에서 유리가 저절로 깨졌다면 강화유리에서 드물게 발생하는 '자파현상'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지퍼 같은 금속 소재가 유리문을 때리면서 흠집이 발생할 수 있고 이런 흠집에 열이나 충격이 누적되면 간혹 강화유리가 저절로 깨질 수 있다"면서 "오븐의 유리문, 냉장고 선반, 자동차 선루프 등 강화유리를 사용한 여러 타사 제품에서도 이런 자파 사례를 찾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강화유리는 판유리를 고온으로 가열했다가 빠르게 식히는 과정 등을 통해 강도를 높인 유리다. 제조과정에 불순물이 들어가거나 강화공정에서 유리 내부 응력이 불균일하게 형성되는 경우, 사용 중 생긴 흠집으로 균열이 생기는 경우 등에는 이렇게 저절로 깨지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문제는 최근 강화유리가 냉장고, 세탁기 등 생활가전에 널리 쓰이고 있지만 이런 '자파 위험'에 대한 안내는 불충분하다는 점이다.
A씨는 "제품 고장이 아닌 안전과 직결된 문제인 만큼 강화유리가 저절로 깨질 가능성이 있다면 제조사가 소비자들에게 이를 고지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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