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교사의 사망사건 이후 아동 교육에 관심이 쏠린 가운데 정신건강의학 전문의 오은영 박사에게 화살이 돌아갔다.
오은영 박사는 현재 방송 ‘요즘육아 금쪽같은 내 새끼’, ‘오은영의 금쪽상담소’, ‘오은영 리포트’, ‘오케이? 오케이!’, ‘써클하우스’에 출연하고 있다. 오 박사는 해당 프로그램들에서 문제아동, 일명 ‘금쪽이’들의 치료와 상담을 해왔다.
그러나 일선 교사들은 이전부터 오 박사의 솔루션에 불만을 제기하고 있었다. 지난 6월 16일에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25명의 초등학생으로부터 '탈압박'해보세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 A씨는 “교직 경력이 10년을 바라보는데 나는 점점 더 무능해지고 있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어느샌가부터 오은영 박사의 말들이 '육아의 바이블'이 되면서 모든 아이는 무조건적으로 이해받아야 하고 사랑받아야 하는 존재가 됐다”고 말하며 “오 박사는 아이의 행복과 안정감, 건강한 성장을 방해하는 모든 것이 학대라고 말한다. 진의가 그렇지 않을 수도 있겠으나 학부모들은 저 말을 텍스트 그대로 받아들였고 그 결과 학교는 아동학대의 온상이 되었다. 어떻게 한 전문가의 의견을 종교처럼 맹신하는지. 신기하다”고 했다.
이어 3~4학년 아이들이 말을 듣지 않아 수업진행이 어려웠던 여러 일화를 소개했다. 한 학부모는 자신의 애가 원하지 않는 친구와 모둠이 됐다는 이유로 울면서 역정을 냈다고도 했다.
A씨는 오 박사의 교육과 치료는 철저히 1인용이라고 지적하며 “그 애가 세상을 혼자 살 거라면 그 애의 모든 것을 안타깝게 여기며 마음 구석구석을 어루만져 줄 수 있을지도 모르겠으나, 사회는 그렇지 않다. 그 애는 어떻게든 사회 속에서 같이 살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부모들은 오은영 박사가 아픈 아이를 '치료'하는 방법을 교육기관에 요구하지 않길 바란다. 그런 밀착 일대일 케어는 오은영 박사에게 가서 수백만원을 주고 받거나, 집에서 알아서 하면 된다. 더불어 오은영 박사 역시 특수한 아이를 치료하는 방식을 육아의 상식이자 진리인 것처럼 퍼뜨리는 걸 멈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A씨는 끝으로 “나는 오은영 박사에게, 당신이 만든, 스물이 넘는 소황제를 거느리고 누구의 심기도 거스르지 않으면서 '교육'을 하는 게 가능한지 묻고 싶다”고 하며 “지켜야 할 규칙은 그 애의 감정이 어떻든 지키도록 가르쳐야 하는 게 학교의 역할이다. 그 지도권한은 교사에게 보장되어야 하고 학부모는 그걸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지난 19일 서이초 초등교사 사망사건을 두고 서천석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가 페이스북을 통해 오 박사에게 한 지적도 화제가 됐다.
서 박사는 "금쪽이 류의 프로그램들이 지닌 문제점은 방송에서 제시하는 그런 솔루션(해결책)으로는 절대 해결되지 않을 사안에 대해서 해결 가능하다는 환상을 만들어내는 것"이라며 "매우 심각해 보이는 아이의 문제도 몇 차례의 상담, 또는 한두 달의 노력으로 해결할 수 있는 듯 꾸민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상담 몇 차례나 교육 몇 차례로는 바보나 얼뜨기 아마추어(비전문가)가 아니면 그런 것이 씨알도 안 먹히는 아이들이 있다는 것쯤은 다 안다"고 비판의 날을 세우며 "교육적 장기 입원까지 가능한 전문적 접근은 물론 행동치료 경험이 풍부한 일대일 전담 교사(치료사) 배치 등 강력한 방법을 도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 박사는 해당 게시글을 삭제했지만 24일 현재 오 박사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누리꾼들의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오 박사가 교권 추락에 일조했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이제 TV에 그만 나오셔라. 교권 추락에 한몫하셨다", "박사님 덕에 교육현장에 금쪽이만 있다. 그런데도 사과는 안 하실 거죠?", "병은 병원 가서 치료해야지 왜 학교에서 케어해주길 바라냐" 등의 글을 남기고 있다.
반면 오 박사와 이번 일은 관계없다는 의견도 보인다. 일부는 오 박사를 향한 비난에 "교육부에 가서 얘기해라", "사건 터졌다 하면 우르르 몰려와서 마녀사냥 하는 짓 언제 그만할 거냐", “진상 학부모 민원이나 여기에 악플 다는 사람들이나 뭐가 다르냐”등의 댓글로 맞서고 있다.
한편 A 교사 관련, 경찰과 교육청은 진상 조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 등에 따르면 현재 서울 서초경찰서는 A 교사의 직장 동료들을 대상으로 참고인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경찰은 서이초 교장을 비롯해 60여 명의 이 학교 교사 전원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교육부도 이날부터 오는 27일까지 서울교육청, 강남서초교육지원청과 함께 A 교사의 극단적 선택 배경을 두고 제기된 의혹을 밝혀내기 위한 '합동조사단'을 운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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