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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킬러 규제와 고르디우스의 매듭

정우용 상장사협회 정책부회장





시골의 가난한 농부이던 고르디우스는 ‘마차를 타고 오는 자가 너희들의 왕이다’라는 신탁을 믿던 프리기아 사람들 앞에 우연히 마차를 타고 나타나 프리기아의 왕으로 추대됐다. 훗날 고르디우스는 자신을 왕으로 만들어준 마차를 신전에 복잡한 매듭으로 묶어뒀는데, 이 매듭을 푸는 자가 아시아를 제패할 것이라는 예언이 후세에 전해졌다.

원정 중 프리기아에 도달한 알렉산드로스 3세는 그 예언을 듣고 매듭 풀기를 시도했으나 쉽게 풀리지 않자 끝내 칼로 매듭을 잘라버렸고, 예언대로 아시아를 제패하게 된다. 그가 바로 고대 그리스 역사상 가장 넓은 영토를 개척한 알렉산더대왕이다. 그렇게 ‘고르디우스의 매듭(Gordian Knot)’ 신화는 완성됐다.

신화에 등장하는 고르디우스의 매듭은 복잡하고 쉽게 풀 수 없는 문제를 비유할 때 종종 쓰인다. 더불어 이 이야기는 알렉산더대왕처럼 문제를 단칼에 해결하는 결단력이 필요하다는 취지에서 인용되기도 한다.



정부가 ‘킬러 규제’를 개선하겠다고 나섰다. 기업 투자를 가로막는 규제를 개선해 생산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킬러 규제가 처음 언급된 날로부터 한 달이 채 되지 않았지만 태스크포스(TF)가 발족되고 15개의 킬러 규제가 선정되는 등 속도감 있게 일이 진행되고 있다. 1차로 선정된 15개의 킬러 규제에는 산업단지 입주나 기업 규모·업종의 차별적 진입 규제, 농지·산지 등 토지이용 규제뿐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의 조례 등 그림자 규제 등이 포함됐다.

규제 자체는 작아 보여도 재계의 의견을 수렴해 선정한 만큼 기업 경영과 밀접하게 맞닿아 있는 지점들이 눈에 띈다. 특히 킬러 규제 개선안이 다음 달 발표될 것으로 예고돼 규제 개선안을 정부에 요청해도 언제 달라질지 기약 없이 기다려야 했던 기업 입장에서는 속도감 있는 정책 진행이 더할 나위 없이 반갑다.

킬러 규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국무조정실이 “앞으로도 TF를 통해 추가 킬러 규제를 지속적으로 발굴해나갈 것”이라고 약속한 만큼 킬러 규제 선별과 개선 작업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기업 입장에서는 킬러 규제로 불릴 만한 어려움이 곳곳에 지뢰처럼 널려 있다. 업종별 차등 임금 적용과 같은 노동 관련 규제부터 대기업집단 지정과 동일인 지정 제도,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 금산분리 규제 등은 기업의 성장을 가로막고 있는 거대한 장애물이다.

이들 규제는 개별 기업과 업종에 국한하지 않고 산업계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것들이어서 개선이 더욱 시급하다. 킬러 규제라는 매듭을 단칼에 베어내 한층 자유로워진 기업들이 차세대 성장 동력을 찾아 왕성하게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질 날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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