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미술 다시보기] 다시, 빈센트로부터 듣기

심상용 서울대학교 미술관장

빈센트 반 고흐 ‘자화상’




빈센트 반 고흐의 삶은 고통과 슬픔으로 점철됐다. 친구라고는 빈털터리와 극한의 외로움이 전부다. 위로의 말을 속삭여줄 변변한 동행자 한 명이 없다. 빈센트, 당신은 이런 인생을 어떻게 용서했나. 어떻게 실존의 비참성 한가운데로 환희의 기적적인 출구를 냈나. 품위를 손상하지 않으면서 인생에 들이닥친 파국(catastrophe)을, ‘반지의 제왕’을 쓴 톨킨이 말한 ‘선파국(eu-catastrophe)’, 즉 선(善)의 방편으로서의 파국으로 바꾸었나. 이것이 빈센트 당신에게서 듣고 싶은 답이다. 비참성의 한가운데서 제대로 벼려진 철학. 니체가 말했던 필연성에 대한 사랑 곧 ‘운명애(amor fati)’는 제대로 된 것이 아니다. 그것으로는 필연성의 장막에 작은 구멍 하나 내지 못한다.

빈센트, 당신은 말한다. 인생에는 벌레들의 운명으로 귀속될 수 없는 위대성이 수학적인 정확성으로 존재한다고. 빈곤에 허덕이는 나무꾼이나 화롯불에 몸을 녹이는 농부와 광부에게도 허락된 영원의 집이 존재하며, 그것이 가까이 오고 있음을 느끼는 고양된 감정과 영감의 순간들이 있다고. 그리고 회화예술은 그런 특권적 감정, 그런 영감의 순간에만 허락되는 어떤 선물 같은 것이라고. 진실하고 정직한 그림, 예술과 인생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을 배반하지 않는 그림을 그리는 것은 그런 순간에만 가능한 일이라고. 그때에만 인간 사회의 패턴을 좇아 살 때의 무력감에 매몰되거나 우주와 껄끄러운 관계에 놓이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그런 때에 빈센트는 그 안에 영원의 원형을 간직한 수액이 흐르는 붓꽃과 아이리스를 그릴 수 있었을 것이다. 그렇기에 그걸 알아보지 못하는 사람들의 악평에도 흔들리지 않을 수 있었으리라.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