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 러몬도(사진) 미국 상무장관이 26일(현지 시간) 중국 정부의 공격적인 반도체 보조금 지원 정책으로 초래될 과잉 공급 문제에 동맹국과 공동 대응해야 한다고 밝혔다. 러몬도 장관은 이날 미국기업연구소(AEI)가 주최한 토론에서 “중국이 성숙 반도체(mature chip)와 구형 반도체(legacy chip)에 쏟아붓는 돈은 초과 용량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우리가 (중국에) 앞서기 위해서는 이 문제를 인식하고 동맹과 함께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최첨단·고성능 반도체 분야에서는 경쟁력이 낮지만 저성능 반도체 수요가 여전히 견조한 점을 포착해 시장 점유율을 키우고 자국 반도체 기업에도 대규모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러몬도 장관은 대중 수출 통제 조치와 미국 반도체 생산 기업에 대한 보조금 지원을 이어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지난해 10월 대(對)중국 반도체 제재 잠정안을 발표한 뒤 최근 논의 중인 최종안 발표 시점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새로운 제재안에서는 첨단 인공지능(AI) 반도체뿐 아니라 저사양 AI 반도체 등도 규제 대상에 포함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가드레일 범위가 광범위해질수록 한국 등 동맹국 반도체 기업에도 불똥이 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러몬도 장관은 앞선 제재 조치가 반도체 기업 수익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국가안보 보호를 위해 그럴 가치가 있다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제이 섐보 재무차관은 상원 외교위 경제 강압 청문회에서 서면으로 “미국 및 동맹의 국익을 지키기 위해 표적 조치 실시를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중국이 한국 등 무역 파트너에 경제적 보복과 강압을 가하는 행위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또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및 반도체법의 영향과 관련해 “이들 법은 미국의 보조금 혜택을 받으려면 우려 대상국으로부터 공급망이 깨끗하다는 것을 분명히 해야 한다는 점을 확인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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