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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유성우 속 질주 생생 구현…CG 칼갈은 한국 SF의 '도전'

[리뷰 - 영화 '더 문']

CG에만 60억 쏟아 스릴 극대화

설경구 등 연기 주목…신파 비판도

나사 자문도 구해, 내달 2일 개봉

영화 '더 문'의 김용화 감독. 사진 제공=CJ ENM




한국에서 공상과학(SF) 장르의 영화가 성공하기란 정말 어렵다. 상상의 영역을 구현해야 하는 만큼 수많은 양의 컴퓨터그래픽(CG)이 필요한데, 이는 할리우드의 예산과 수준을 따라갈 수 없다. 특히 우주를 배경으로 한 영화의 경우 더더욱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전은 계속된다. ‘쌍천만 신화’ 김용화 감독의 ‘더 문’이 한국 SF 영화의 신기원을 쓰기 위해 관객들을 찾아온다. ‘더 문’은 2029년 달 유인 탐사를 위해 떠난 ‘우리호’가 태양풍으로 인해 위기에 빠지고, 홀로 남은 대원 황선우(도경수)를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지구와 달에서의 이야기를 그렸다.

영화 '더 문'의 김용화 감독. 사진 제공=CJ ENM


60억 원이 넘게 쓰인 CG는 이전의 한국 영화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좋다. 특히 달 표면의 질감이 잘 구현됐다. 월면차를 타고 유성우를 피해 질주하는 장면에서도 위화감을 느낄 수 없고, ‘매드 맥스’와 같은 스릴을 가져다 준다. 아이맥스로 감상해도 큰 무리가 없다. 27일 만난 김 감독은 “할리우드 대비해 가성비가 좋다”며 “샷 수를 줄이고 앵글과 텍스처에 집중해 품질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다만 달 밖 우주 공간에서의 장면은 아쉬움이 남는다.

영화 '더 문'의 한 장면. 사진 제공=CJ ENM


연기와 각본에 있어서는 호불호가 있을 만한 지점들이 분명하다. 김 감독이 전작 ‘국가대표’ ‘신과 함께’를 통해 보여줬던 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하는 능력은 여전하다. 전작에 비해 그 농도가 연해졌다고는 하지만 그 과정이 소위 말하는 ‘한국형 신파’를 벗어났다고는 말할 수 없다. 조금 거리를 두고 생각해 보면 설경구와 김희애, 도경수가 맡은 캐릭터들의 선택을 이해하기 어렵다. 배우들의 뛰어난, 혹은 조금은 과잉된 연기가 그를 막을 뿐이다. 김 감독은 “용서와 구원, 용기와 위로에 대한 이야기가 메인 플롯이고, 구출은 서브 플롯”이라고 말했다. 이어 “감정 하나를 깊게 파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며 “신파가 아니라고 보시는 분들도 많다”고 덧붙였다.

영화 '더 문'의 한 장면. 사진 제공=CJ ENM




우주 공간을 다룬 영화인 만큼 고증도 신경썼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한국천문연구원, 미국 항공우주국 인력의 자문을 받았다. 김 감독은 “어느 정도 실증이 가능하거나, 과학적 검증을 거쳤거나 유추 가능한 부분을 영화에 담았다”고 말했다.

영화 '더 문'의 한 장면. 사진 제공=CJ ENM


김 감독은 “280억 원으로 이런 영화를 다른 나라에서 만든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자부심을 표했다. ‘승리호’ ‘고요의 바다’ 등 한국의 우주 소재 영화들을 생각해 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모든 상황을 감안해 본다면 이보다 화면의 퀄리티를 높게 만들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관객들의 선택은 다른 문제다. 관객들이 ‘더 문’과 비교할 영화는 ‘인터스텔라’ ‘마션’ ‘그래비티’다. 웅장한 우주를 표현한 CG는 그래비티를, 가족애와 인류애라는 소재는 인터스텔라를, 고독과 생존이라는 소재는 마션을 비교 대상으로 삼을 수밖에 없다. 김 감독 역시 “관객들이 예산 등을 감안해주시는 시대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영화 '더 문'의 한 장면. 사진 제공=CJ ENM


5월 한국형발사체 누리호의 발사가 성공하며 우주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어느 때보다 높다. 지난해 뜻밖의 ‘외계+인’ 흥행 부진을 겪은 CJ ENM의 SF 재도전이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다음달 2일 개봉. 1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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