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당국이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20대 교사가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과 관련해 고인이 사용하던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나이스)을 살펴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나이스에 학부모 상담 기록, 학생 행동 등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학부모 갑질 등 교권 침해가 극단 선택의 배경이라는 목소리가 지배적인 만큼 나이스가 진상 규명을 위한 핵심 키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7일 서울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교육부와 서울시교육청은 진상 규명을 위해 고인이 생전 사용하던 나이스에 기록된 내용도 조사 대상에 포함시킬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시교육청 고위관계자는 “(이번 조사에서 나이스 조사도 포함시키는) 방향으로 움직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교육계에 따르면 대다수 초등교사들은 학부모 상담 내용 등을 기록한 생활기록부, 학생 행동 특성 등을 기재한 기록 등을 나이스에 입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동학대 신고 등 혹시 모를 교권 침해 대응을 위한 자구책이다.
한 초등학교 교사는 “교사들이 아동학대로 신고 당하고 학생지도가 정당했는지 따져야 하는 일들이 많다 보니 오래전부터 증거를 남기기 위해 생활기록부와 기록에 담긴 내용을 나이스에 적는 일이 많다”며 “교사들 사이에서는 우스갯소리로 ‘적어야 산다’는 뜻의 적자생존이라는 말이 회자될 정도”라고 전했다. 경기지역의 한 초등학교 교사도 “방어권 차원에서 인상적인 일 등은 기록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27일까지로 예정된 조사 일정을 연장하기로 한 교육 당국은 나이스 기록 등을 살펴본 후 조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진상 조사와 별개로 교권 침해 대책 마련에 나선 교육 당국은 교사 간담회 등을 잇달아 개최해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있다. 전날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초등 교사와 간담회를 가진 데 이어 이날 조희연 서울시교육감도 3년 차 이하 초등교사들과 만났다.
교권 보호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교원단체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소속 청년 교사들은 이날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권 보호 입법에 정부와 국회가 나서달라”고 말했다. 법제화 없이는 교권 회복이 쉽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다.
실제 교총이 최근 교원 3만 295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교권 침해 학생에 대한 조치 사항을 학생부에 기재하는 것에 찬성한 비율이 89.1%에 달했다. 정당한 교육 활동을 아동학대로 보지 않도록 법을 개정하는 것에 대해서는 99.8%가 동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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