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로 인한 가뭄과 폭염, 해수면 상승이 올리브와 포도 등으로 대표되는 지중해 지역의 농산물 생산 지형까지 변화시키고 있다.
26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중해 지역에 가뭄이 지속되고 ‘역대급’ 폭염까지 닥치면서 농업 생산에 타격을 입혔다.
지중해 지역은 북극을 제외하면 지구 상에서 가장 기후가 빠르게 변하고 있는 지역으로 산업화 시작 이후 기온이 이미 약 섭씨 1.5도 정도 상승했다.
지중해 지역은 올리브나 밀, 보리와 같은 작물의 대표적 산지다. 그러나 가뭄에 폭염까지 겹치면서 쌀과 밀, 우유, 벌꿀 등 기존 작물의 생산량이 크게 줄었고, 농민들은 대체 작물 재배를 고려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스페인 카탈루냐주를 흐르는 에브로강 하류 삼각주에는 2만ha에 걸쳐 논이 펼쳐져 있으며 농부들이 오랫동안 쌀농사를 지었다. 여기서 나오는 쌀은 맥주와 시리얼, 스페인 음식 파에야 등을 만드는 데 사용됐다.
현재 에브로 삼각주는 기후 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과 가뭄의 이중고를 겪고 있다. 전보다 지중해의 바닷물이 더 깊게 들어오는 데다 가뭄으로 강은 말라버려 과도한 염분을 씻어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에브로 삼각주 농민들은 올해 사상 최악의 수확을 예상하며, 지난해 수확량의 30%만 거둘 수 있어도 다행일 것이라고 토로했다.
농민들은 이미 농작물의 일부를 해초와 조개로 대체할지를 고려하고 있다.
카탈루냐 기술센터의 카를레스 이바네스 마르티 연구원은 “몇몇 지역에서는 더 이상 쌀농사를 지을 수 없다”며 “적응에는 한계가 있고 어느 지점부터는 더는 적응이 불가능하므로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탈리아 북부의 쌀 생산 지역에서는 가뭄이 너무 심해 농민들이 쌀보다 물이 덜 필요한 콩을 심었다.
이탈리아 남부에서는 농민들이 망고, 바나나와 같은 열대작물을 재배하기 시작했다.
이탈리아 최대 농업협회인 콜디레티에 따르면 바나나, 망고, 아보카도 재배는 지난 5년간 3배 늘었다. 시칠리아, 칼라브리아, 풀리아 등 최남단 지역에서는 이들 작물의 재배 면적이 약 1200ha에 달한다.
이탈리아 북부에서는 더워진 날씨로 15년 전까지만 해도 중부와 남부 지역에서만 재배할 수 있었던 토마토와 올리브를 키울 수 있게 됐다.
프랑스 남부의 와인 산지 랑그도크의 포도밭도 수개월에 걸친 가뭄과 최근 닥친 폭염에 시달리고 있다. 강수량이 부족하고 더위가 이어지면 포도는 쪼그라들고 와인의 알코올 도수가 높아지며 향미는 줄어든다.
이 지역 와인 재배자 협회의 크리스토프 부스케 회장은 “가뭄과 더위에 더 잘 견딜 수 있는 포도 품종 재배를 검토하고 있다”며 “하지만 포도가 자라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WSJ는 “가뭄으로 인해 작물 생산이 줄어들면 더 많은 식량을 수입해야 하는 지중해 남쪽 가난한 국가들은 더 큰 어려움에 처해있다”면서 “알제리와 모로코에서는 강수량 부족으로 지중해 해안의 밀, 보리와 다른 주곡 밭이 수확 철도 되기 전에 노랗게 변해 버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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