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버스에서 다리를 다쳐 깁스한 여성에게 자리 양보를 안 했다는 이유로 ‘예의 없다’고 잔소리를 퍼부은 노인의 사연이 알려져 논란이다.
지난 26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자리 양보가 의무입니까?’라는 제목의 글의 올라왔다. 글쓴이 A씨는 “매일 같은 시간대 만나는 할머니와 있었던 일에 대해 여러분들의 의견을 듣고 싶어 긴 글을 올린다”며 작성 동기를 밝혔다.
해당 글에 따르면 A씨는 얼마 전 교통사고를 당해 다리를 다쳐 깁스한 상태다. 70대 초반으로 추정되는 할머니와 늘 같은 정류장에서 마을버스를 탄다는 그는 “버스를 타면 자리가 한두 자리 정도밖에 안 남는 경우가 많다. 오늘은 한자리가 나서 제가 먼저 앉았다”고 했다.
절뚝거리면서 힘겹게 타는 A씨를 보고 할머니는 “어휴 빨리 좀 타지. 답답하다”고 불평했다고 한다.
이어 “할머니께서 제 앞에 의자를 잡고 서서는 ‘다리 아프다. 젊은 사람들이 자리 양보도 안 하고’라고 말하셨다. 저는 휴대폰을 보고 있었는데 ‘일부러 못 들은 척한다. 예의가 없다’고 얘기하는데 순간 화가 나서 할머니께 한 소리 하려다가 말았다. 다들 종점까지 가느라 양보는 아무도 안 했다”고 전했다.
이후 할머니는 종점에 도착해 내린 A씨를 불러세우기까지 했다. 그러더니 “아가씨, 노인이 앞에 서 있으면 자리 양보를 해야지. 어떻게 끝까지 양보를 안 해? 그러면 안 되지. 볼 때마다 느끼는데 맨날 먼저 타서 자리 차지하고 있던데 진짜 그러는 거 아니다”며 잔소리를 했다.
그는 “기분 나쁜 상태로 출근해서 동료들에게 얘기했다. 동료 중에도 복통으로 배가 아파서 앉아서 갔더니 자리 양보 안 한다고 한 소리 들은 사람이 있다”며 “자리 양보가 언제부터 의무인 시대가 됐냐. 양보하고 싶다가도 저렇게 억지로 양보를 요구하면 할 마음이 뚝 떨어진다”고 토로했다.
이 사연을 접한 이들은 “님도 다쳤으니 약자다. 양보할 필요 없다”, “이 할머니는 스스로 본인의 격을 떨어뜨리신다”, “자신보다 어린 사람에게도 여유롭게 대해주시는 분들이 계신 반면 무조건 하대하고 생떼를 부리는 분들도 계시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