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서 20대 교사가 극단적 선택을 한 원인으로 일부 ‘극성 학부모’의 민원이 지목되는 가운데 이 학교 학부모들이 올해 1학기에 제기한 민원 내용이 공개됐다.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2023학년도 1학기 서이초 학부모 민원 내역에 따르면 지난 5개월간 교무실에 공식 접수된 민원만 11건이고 교사 개인이 받아 집계에서 빠진 민원은 셀 수 없이 많다고 27일 JTBC가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4월 한 학부모가 ‘후문 앞 도로가 혼잡하다’고 민원을 넣어 교감과 보안관이 도로 주변을 통제했는데 그러자 8일 뒤 다른 학부모가 ‘왜 도로를 통제하냐’고 항의했다. 교통 통제 문제로 차에 앉아 욕을 하기도 했다고 한다. 서이초 관계자는 “급하셨는지 슬금슬금 와서 이러시면 안 된다고 하니까 저한테 당신이 무슨 교통(관계자)이냐, 경찰이냐(고 항의하더라)”라며 “듣기 거북한 얘기(가 많다). 학생 안전을 위해서 하는 건데 그걸 가지고 뭐라고 하니까 (힘들다)”고 매체에 말했다. 이 학부모는 3일 뒤 통제가 과했다며 교육청에 민원까지 넣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민원도 있었다. 한 교사가 교과서를 가져오지 않은 학생의 학부모에게 “교과서를 준비해 달라”는 메시지를 보냈더니 학부모는 “교사가 교과서를 안 준 것 같다”면서 곧바로 학교로 찾아왔다. 이 민원은 교감이 중재한 뒤에야 마무리됐다.
교사가 가르치고 평가하는 내용도 민원 대상이었다. ‘담임교사의 생활과 교과지도, 수행평가에 대한 3가지 문제점’을 지적한 한 학부모는 “담임과 면담해 고치겠다”는 교감의 답변을 받고도 나흘 뒤 6가지 문제점이 있다면서 민원을 추가로 넣었다. 교감은 또다시 담임을 면담했다고 한다.
학부모 민원 내역 맨 마지막 줄에는 지난주 학교에서 숨진 교사에게 들어온 민원 내용도 적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식으로 5개월 동안 교무실에 공식 접수된 민원만 11건이다. 교사 개인이 받아 공식 집계에 포함되지 않은 민원은 셀 수도 없다고 매체는 전했다.
한편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지난 18일 교내에서 숨진 서이초 교사 A씨는 지난해 5월부터 올해 7월까지 학교 측에 10차례 상담을 신청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2건, 올해 8건이다. 숨진 이번 달에만 3건의 상담을 요청했는데, A씨 학급 학생이 연필로 다른 학생의 이마를 그은 이른바 ‘연필 사건’과 관련된 것이 2건이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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