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침수는 순식간에 밀려온 물이 하천으로 빠지지 않아서 발생하는 것입니다. 인간의 동맥경화증과 비슷한 현상인데 결국 하수관의 문제로 귀결됩니다.”
김건하(사진) 대한상하수도학회장은 28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도시 침수의 93.7%가 관로 이상, 저지대 침수, 통수 기능 부족 등의 원인으로 인한 ‘내수 침수’이며 하천 수위 상승에 따른 ‘외수 침수’는 6.3%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폭우 피해의 대표적인 예인 도시 침수는 인명 피해와 더불어 큰 규모의 재산 피해를 동반한다. 지난해 서울 강남 곳곳에서 침수 피해가 이어지며 신림동 반지하 사망 사고, 강남역 일대 대규모 침수 등의 비극을 초래했다. 올해도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 일대가 침수 피해를 입었다.
피해가 발생한 지역은 서울 도심에서도 대표적인 저지대, 즉 ‘깔대기형’ 지형으로 침수 피해에 특히 취약하다. 이에 대해 김 회장은 “문제는 저지대로 순식간에 밀려 들어온 빗물이 하천으로 빠져나가지 못해 침수가 발생하는 것”이라며 “하천으로 빗물을 ‘배제’하는 하수관이 생활 오수의 퇴적물로 차버리거나 1차적으로 빗물을 하수관으로 흘려보내는 빗물받이가 낙엽·담배꽁초 등으로 차 있으면 밀려오는 빗물을 받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도시 침수를 막기 위해 빗물 배수의 중추적 역할을 수행하는 하수관 정비·관리가 시급한 실정이다. 하지만 100년 만에 한 번 정도 발생할 수 있는 큰 비를 수용할 수 있는 하수관을 깔거나 대규모 저류조 등 빗물 저장 시설을 설치하는 등 전면적인 설비 교체는 어렵다는 것이 김 회장의 주장이다.
그는 “서울 강남 같은 도심은 지하 개발을 이미 많이 해서 저류조나 대심도 터널 등 시설을 만들 공간이 마땅치 않다”며 “하수관을 다 들어내고 교체할 수도 없고 경제적으로도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 회장이 강조한 ‘외과 수술’ 방식의 선별 관리가 필요한 이유다.
김 회장은 “강북과 같은 경사지에 있는 도심은 배수가 잘 되기 때문에 방재 성능의 목표를 낮게 잡아도 피해를 막을 수 있다”면서 “강남과 같은 상습 침수 지역은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이 지역에 대해서는 방재 성능을 더 높게 잡고 방재 시설 정비와 같은 중장기적인 대책과 더불어 경보 시스템 도입, 주택 구조 변형 등 다양한 방식을 적용해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간의 역할도 강조했다. 그는 “도심의 건물 지하 주차장은 도심이 침수되면 빗물을 잡아둘 수 있는 저류조 역할을 한다”면서 “가둘 수 있는 양이 많지 않지만 ‘티끌 모아 태산’이 될 수 있는 만큼 민간에서 그 점을 인지하고 침수 발생이 예상되면 주차된 차를 이동시키고 지하 주차장으로 들어가지 못하도록 하는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 회장 “앞으로 하수도 설계 기준이 100년에 한 번 정도 올 수 있는 큰 비를 막을 수 있는 용량을 목표로 변경될 수 있다”면서도 “그런 기준을 전국의 모든 지방자치단체에 획일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재정상 어렵기 때문에 문제 지역을 잘 확인해 집중·선별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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